2024년 5월 15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버리니 신선하더군요… 의전 사라진 콘퍼런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3일의 금요일, 다음세대재단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에 가려고 대전행 KTX에 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대전까지 내려가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혁신, 미래 등 요즘 고민하는 키워드가 담긴 강연 속에서, 제 맘을 울린 건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는 ‘의전도 없고’ ‘내빈 소개도 없고’ ‘식전 사회자도 없는’ 특이한 진행 방식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익숙해진 우리의 행사 진행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화면 속 텍스트와 영상이 사회를 대신하더군요. 내빈 소개 대신, 특이한 참가자를 현장 생중계하니 마치 참가자들이 콘퍼런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구청장배 줄넘기 대회에 참가한 딸아이를 따라갔다가 30분간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 박수 치느라 파김치가 되었는데, 이런 탈권위적인 시도가 새삼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는 비영리 대상 IT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인 ‘업리프(Upleaf)’ 공동 창업자 엘리자베스 비시의 발표였습니다. 그녀가 직접 방한하는 대신, 영상을 활용해 사전 인터뷰를 한 후 이를 텍스트로 번역해서 영상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요즘 콘퍼런스가 봇물을 이루다 보니, 웬만한 해외 연사들의 방한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대에 차서 콘퍼런스에 가보면, 엉망진창인 동시통역 때문에 짜증날 때도 많고, 관객 수준에 맞지 않게 기초이론만 늘어놓아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객 수준을 예측한 정확한 질문,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맞춤형 발표’를 듣게 돼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픈 세션을 통해 평범한 참석자들이 ‘비영리와 미디어’를 주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네티즌 투표를 통해 선정된 발표자 5명은 스타트업 창업자, 블로거, 지역 혁신가 등 다양했습니다. 어설프지만 열정에 찬 이들의 발표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로봇공학자인 한재권 한양대 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님은 미래를 이렇게 예측하더군요.

“빠르면 5~10년 안에, 구글의 ‘셀프 드라이브 차’가 택시 산업에 투입될 것이다. 앱을 켜서 내 위치로 택시를 부르고, 택시 안은 응접실처럼 넓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며, 택시비는 절반값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기사는 모두 다른 직업을 찾아나서야 한다. 로봇의 반대말은 뭘까? 사람이다. 로봇이 사람과 경쟁하고 협업하는 시대가 될수록, 우리 사회엔 휴머니티가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권위 있는’ 걸 좋아합니다. 힘이든, 돈이든, 명예든, 사회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에 대한 기대일 겁니다. 하지만 SNS와 미디어 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정보 비대칭의 해소, 이는 결국 우리 사회를 한층 투명하고 평등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콘퍼런스에서 만난 NGO 관계자들과 홍합 짬뽕을 먹으며 ‘세상이 정말 빨리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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