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목)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경쟁의 그늘

대학생 기자단을 멘토링할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명문대생들이 언론사 입사라는 치열한 바늘구멍 뚫기 경쟁을 하면서 고민하는데, 해줄 말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 신문사는 예전 같지 않아. 온라인으로 매체의 주도권이 옮겨간 지 오래야.”

열망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편집장이 아닌, 학부모로서 이들을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니,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미친 듯이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목적지에 안착하기가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그럼 우리 애는 공부시키지 말아야 하나. 아니야. 공부해도 이렇게 힘들다면, 공부 안 하면 더 힘들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겠지요. 이런 패배적인 생각은 경쟁에 뒤처진 일부의 불평불만에 불과하다고 하기엔, 요즘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어떤 분은 그러더군요.

“우리 사회의 온도가 무척 차가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이분은 심지어 대안학교에서도 왕따와 같은 현상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소속감과 안정을 느끼는 공동체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가정이라는 마지막 보루조차 많이 깨지고 있으니까요.

변변한 자원 하나 없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해온 건 분명 치열한 ‘경쟁’의 힘이 뒷받침되었을 겁니다. 무슨 제품이든 누군가 새로운 걸 만들어 히트시키기만 하면, 1등 프리미엄을 몇 달 누리기도 전에 금방 뒤쫓아온 2~3등이 오히려 더 잘나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하지만 이제 경쟁은 우리에게 그늘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경쟁이 아닌 그 무엇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 있을 겁니다. 협력, 공유, 나눔, 공동체, 공익과 같은 용어들 속에서 답이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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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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