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英선 사회적기업, 가치 있는 ‘브랜드’로 인정받아

영국 ‘에덴 프로젝트’
英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 ‘폴라 우드먼’

미상_사진_사회적기업_폴라우드먼_2015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서 추진되어오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여러 암초에 막혀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사회주의경제 기본법’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보수당인 캐머런 정부가 앞장서서 수년째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는 영국사례를 듣기 위해 ‘폴라 우드먼(Paula Woodman)'<사진> 영국문화원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 고문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영국문화원의 ‘사회적기업 역량강화’ 프로그램(Skills for Social Entrepreneurs)은 가나, 인도, 방글라데시 등 20개국 이상에서 사회적기업 확산을 독려하고 9000명의 사회적기업가를 훈련시켜 왔으며, 이 프로그램에 지원된 돈은 무려 250만 파운드(45억원가량)에 달한다. 영국에서 사회적기업을 직접 창업해 15년가량 일하기도 한 그녀는 현재 100개 사회적기업에 조언을 한다.

영국 콘월 지방의 에덴 프로젝트는 3700만파운드(670억원)를 들여 높이 60m에 이르는 초현대식 식물원을 만들고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희귀식물들을 한곳에 모았다. 에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목적으로 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이다. /조선일보 DB
영국 콘월 지방의 에덴 프로젝트는 3700만파운드(670억원)를 들여 높이 60m에 이르는 초현대식 식물원을 만들고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희귀식물들을 한곳에 모았다. 에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목적으로 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이다. /조선일보 DB

―우선 영국 보수당인 캐머런 정부가 ‘빅소사이어티’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사회적기업을 지원·육성하는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당 소속 토니블레어 총리에 의해 이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영국 사회적기업의 강력한 힘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서 나온다. 모든 정당은 사회적기업을 영국 경제의 주요 성장분야로 여긴다. 공공서비스를 현대화시키고, 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공동체의 회복을 이끌어내고, 창업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사회적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건 아니다. 사회적기업 매출의 32%는 일반 대중과의 거래에서 나오고, 사회적기업의 절반 이상이 영리 섹터와 비즈니스를 한다.”

―국내에서는 초창기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나면, 이에 대해 3년 동안 인건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영국 정부에서 그동안 시행해왔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 중 현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정책은 무엇이었는가.

“초기 정책은 인프라 및 전략에 초점을 맞추었다. 무역산업부 내에 사회적기업 담당과를 신설하고, ‘Unltd(언리미티드)’라는 중간지원기관을 통해 사회적기업가를 시상하고 투자연계 해주고, 사회적기업 진흥캠페인을 위한 ‘SEUK (Social Enterprise UK)’라는 협회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각종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재무적 영향과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곳을 위한 새로운 세금감면 제도를 만들었다. 또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한 ‘사회적가치법(Social Value Act)’을 만들었다. 이제 영국은 매우 정교한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갖추어졌고, 각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이 속하는 법인형태인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 출범 10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는데, 이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기업이 1만개가 넘는다. 사회적기업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엄청난 지표다.”

―실제 영국 경제에서 사회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영국의 사회적기업 수는 7만개가량 된다는 게 정부 추정치다. 200만명 이상이 고용되어 일하며,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가 240억파운드(약 43조원)가 넘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성장하는 분야다. 영국의 사회적기업 3분의 1 가량은 지난 3년 사이에 창업했음에도 그렇다.”

―영국은 2012년초 1조원 규모(한화 기준)의 사회투자은행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Big Society Capital)’을 설립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을 통한 사회적기업 지원은 어떤 형태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어떤 성과가 났는가.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사회투자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만든 독립적인 금융기관이다. 휴면예금 계좌로부터 받은 4억파운드(7200억원), 영국은행이 최초 5년 동안 투자한 5000만파운드(900억원)가 재원이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사회투자 도매상’이다.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대신, 사회적기업 대출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간접 투자한다. 사회적기업 대출기관을 지원하고, 새로운 모금원도 창출하며, 적절한 금융상품도 개발한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사회투자 시장의 맏형 역할을 한다. 정보를 교류하고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과 공동투자자들은 자선단체와 사회적기업을 위해 1억400만파운드(1882억원)를 투자했다.(2014년 12월 말 기준)”

―영국 내에서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어떠한가.

“영국의 사회적 경제 분야는 정부나 민간 섹터에 비해 대중으로부터 폭넓게 신뢰받는다. ‘등록된 자선단체’ 또는 ‘협동조합’은 가치 있는 브랜드 파워로 여겨진다. 영국 국민 5명 중 한 명은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일반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전국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는 사회적기업이 생겨난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념일인 ‘소셜 새터데이 캠페인(Social Saturday Campaign)’도 대중의 인식을 높인 계기가 됐다.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알린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기업 인증마크를 계속 알린 것도 주효했다.”

―영국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 대표적인 사회적기업들은 무엇인가.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노숙자가 직접 잡지를 판매하는 ‘빅이슈’,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도제식으로 요리를 배우게 하고 TV프로그램에도 소개하는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만든 ‘피프틴 레스토랑’,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목적으로 지어진 관광명소 ‘에덴 프로젝트'(고령토 채취로 사용되던 땅을 수만 가지의 꽃과 나무들이 사는 식물원으로 변신)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1400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졌고, 이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신규설립 조합 수가 7000개를 넘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일부는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자 문을 닫거나 유명무실한 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다양한 오해도 생겨났다. 영국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사회적기업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사회적기업가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는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훨씬 미래의 성장에 대해 낙관적이다. 사회적기업이 민간 섹터 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임을 나타내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사회적기업의 56%가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는 중소규모 회사들의 경우 43%에 불과하다. 사회적기업은 강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매출이 38%나 증가(중소기업 29% 증가)했다.(2013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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