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그들의 ‘기부 히스토리’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고액 기부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기부의 시작은 어떠했으며, 무슨 계기로 점점 확장되었을까요. 이 주제가 늘 궁금했습니다. 2년 전 영국에서 만난 한 NGO 관계자는 “기부자들의 기부 히스토리를 축적하고, 점점 고액 기부를 유도한다”며 과학적 기부 요청 단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아너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고액 기부자 확대의 기폭제가 됐고, 지난해 기아대책 또한 1억원 이상을 후원한 개인들로 이뤄진 ‘필란트로피 클럽’을 결성했습니다. 지난달 17일부터 5일 동안 기아대책 필란트로피 클럽 멤버들과 함께 지진 피해가 난 네팔 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번 방문을 위한 경비 또한 한 고액 기부자가 모두 부담했습니다. 저는 몇몇 분께 기부 히스토리를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4년 봄 기아대책 간사분들을 대상으로 우연히 하게 된 특강 때문입니다. 낡은 프로젝터에 스크린도 없이 벽에다 쏘며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한 특강이었지만, 시종일관 맑고 진지한 눈빛으로 참여하는 간사들이 모두 ‘천사’로 보였습니다.” 김용걸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가 말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후 기아대책에 자잘한 재능 기부를 하다 기부를 하게 되고, 몇 년 전부터 기아대책 한톨청소년봉사단 단장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이 봉사단을 꾸리고, 청소년들이 해외 봉사를 떠나려면 후원금이 필요합니다. 그는 기업 11곳에서 1000만원씩 후원받는 일까지 직접 나서서 합니다. 이 중 한 기업에서 CEO가 바뀌면서 최근 후원을 끊겠다고 하자, 직접 A4 2장짜리 손편지를 써서 CEO에게 보낼 정도라고 하니 ‘직원을 넘어서는 열성 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물 할머니’라고들 하는 노국자 할머니의 기부 계기는 TV 방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에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죽어가던 아이를 보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우물 만들 후원금을 마련하려고 빈 병, 헌 옷, 폐지를 모아 팔았어. 초등학교 교사로 은퇴했는데, 갑자기 집에 온갖 폐지를 갖고 들어오니 가족들 반대도 많았어.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중에는 딸과 사위까지 우물 파는 데 보태라며 돈을 보태주더라고.” 노국자 할머니는 아예 ‘우물 할머니’라는 이름과 후원 계좌까지 적힌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지인들에게서 후원금을 모읍니다. 2006년부터 10년째 후원자 1500명과 기부금 1억원을 모았고, 모인 돈으로 케냐,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에 우물 19개를 기증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부를 통해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았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때마침 우리가 방문한 네팔의 한 산골 마을 학교 또한 한국의 한 의사 선생님이 기부한 돈으로 지어진 곳이었습니다. 그 학교에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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