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매장으로 돌아간 옷가지… 3만명 난민에게 귀한 생필품으로

유니클로,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

기부한 의류, 16가지 종류로 선별
남수단 등 25개국 난민캠프에 전달 “소비자가 재활용 의미 되새겼으면”

미상_사진_기업사회공헌_청바지컵홀더_2015

“6월이 ‘환경의 달’이라는 거 아셨어요?”

서은지(24·서울 양천구)씨에게 옷을 기부하게 된 경위를 묻자, 그녀는 대뜸 ‘환경’ 이야기부터 꺼냈다.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면서 가방 속에서 꺼낸 것은 바짓단을 재활용해 만든 컵홀더. 종이 컵홀더를 반납하고 천으로 만든 컵홀더를 사용하는 모습이 익숙했다. 서씨가 처음 환경의 달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유니클로의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에 참가하면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하는데, 그냥 처분하기에는 여전히 깨끗하고 질 좋은 옷이 많았어요. 헌옷 수거함에 넣어버리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을 알게 됐죠. 입지 않는 유니클로 의류를 매장에 가져가니 청바지 밑단으로 만든 컵홀더와 커피 쿠폰을 주더라고요. 옷도 기부하고, 환경도 지키고! 올해는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할 생각이에요.”

◇입지 않는 옷, 누군가의 날개가 되다

2006년, 보온성이 높은 후리스 제품을 중심으로 일본 유니클로 본사에서 처음 시작된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은 유니클로의 제품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하는 연중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회수한 옷은 계절·성별 등 16가지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 옷을 전달하는 대상의 특성과 환경에 맞게 선별 배송한다.

한국유니클로 역시 2011년 3월부터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을 시작해 매년 의류 3만여 장을 남수단·케냐·모로코·라이베리아 등 25개 지역 난민 캠프로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로 지원 대상을 넓혀 서울노숙인시설협회 등에 약 1만4000벌을 지원했다.

유니클로는 2007년 유엔난민기구(UNHCR)과 글로벌 파트너십 협약을 맺은 이후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 을 통해 수거된 의류를 난민캠프에 기부하고 있다. 사진은 유니클로 직원들이 수거한 의류를 네팔 난민촌에 전달하는 모습. /유니클로 제공
유니클로는 2007년 유엔난민기구(UNHCR)과 글로벌 파트너십 협약을 맺은 이후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 을 통해 수거된 의류를 난민캠프에 기부하고 있다. 사진은 유니클로 직원들이 수거한 의류를 네팔 난민촌에 전달하는 모습. /유니클로 제공

난민 50여 명이 거주 중인 외국인지원센터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950여 벌을 지원받았다. 김태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운영과장은 “난민들에게 계절마다 2~3벌씩 돌아간다”면서 “옷이 도착하면 기뻐하는 거주 외국인 분들로 센터 분위기가 들뜬다”고 설명했다.

“난민의 사정이 그렇듯 가방 하나 단출하게 메고 한국 땅에 온 분이 많습니다. 기후가 다른 곳에서 온 분들은 겨울옷이 아예 없고요. 치약·샴푸 같은 생필품은 국가보조금으로 살 수 있지만, 의류는 지원 품목에 없기 때문에 늘 부족합니다. 겨울에도 반팔 단벌로 지내는 분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는데 성별·연령·계절에 맞는 옷을 분기마다 받으니 참 고맙죠.”

◇청바지 컵홀더로 환경 지키고 일자리 창출

한국유니클로는 2014년부터 전 세계 유니클로 진출국 중 최초로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에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더한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의 달인 6월, 정해진 기간 입지 않는 유니클로 제품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청바지 밑단으로 만든 컵홀더와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카노 교환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지난해 6월 2일부터 11일까지 단 열흘간 진행된 이 캠페인 기간에 8000여벌이 매장에 기부됐다.

컵홀더 제작에는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가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봉제기술이 필요한 제작 작업에는 숙련된 장인의 손길이 더해지고, 서울노숙인시설협회 소속 ‘사단법인 열린복지 일문화카페’ 노숙인 10여명이 분류와 포장, 배송에 참여한다.

업사이클 컵홀더는 박찬재 두손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길이를 수선하고 남는 바짓단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했던 그는 “옷을 사러갔다가 무작정 수선실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보통은 걸레로 쓰거나 폐기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활용해 컵홀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려지는 바짓단을 일회용 종이 컵홀더 대신 활용하니 환경도 보호할 수 있고, 색깔과 디자인이 각기 달라 패셔너블한 소품이 되겠다 싶었죠.”

지난해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의 반응이 워낙 뜨겁다 보니 컵홀더의 수량도 5000개에서 1만개로 늘렸다. 각기 다른 컵 둘레를 고려해 첫해에는 신축성 있는 소재만 활용하던 것에서 올해는 이음매에 고무 밴드를 달아 신축성이 없는 바짓단까지 더 알뜰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정태영 유니클로 총무·ES추진부 CSR 담당은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은 회사의 일방적인 재정 지원이 아닌 소비자가 동참하는 캠페인으로 옷의 순환 가치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올해 엔젤 리사이클 캠페인은 14일까지 전국 유니클로 30개 매장에서 진행된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