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전쟁이 뺏어간 소녀의 미소, 사랑으로 되찾는다

남수단 어린이 심리치유 사업

“난민촌까지 수천 마일을 걸어왔죠. 총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떠나질 않아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는 걸 지켜봐야 했어요. 너무 무서웠지만 소리 내 울 수도 없었습니다. 나도 총에 맞아 죽을지 모르니까요….”

아탐(16)군에게 1년 전 겪은 공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지금 사는 ‘니믈레 지역 내 ‘멜리조 난민캠프(IDP Camp)’에서 400여㎞ 떨어진 남수단 동북부의 보르. 고향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일어나 이곳까지 쫓겨왔다. 그가 학교에서 가장 싫은 것으로 꼽은 것은 ‘Fight(싸움)’였다.

아옌(12) 역시 보르 지역에서 내전을 피해 난민캠프로 온 소녀다. 그녀도 부모와 수백㎞를 걸어 난민캠프에 오기까지 목숨을 건 여정을 보냈다. 낮에는 숲 속에 몸을 숨긴 채 있다가, 밤이 되어야 나올 수 있었던 불안과 두려움의 시간을 겪고 이곳에 왔다. 아옌은 “이젠 함께 평화롭게 어울렸으면 하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은 끔찍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고 했다. 그랜 존(Grang John·27) 멜리조 난민캠프스쿨(IDPs Camp School) 교장은 “대다수의 아이가 피란 과정에서 부모를 잃은 상태이거나 친척 손에 크는 경우 학대가 일어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불안한 상태를 보이며 폭력을 혐오하거나 혹은 자신도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내전으로 상처 받은 남수단 아이들의 심리 치료가 절실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내전으로 상처 받은 남수단 아이들의 심리 치료가 절실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비단 멜리조 난민캠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UN 발표에 따르면, 남수단에서는 2013~2014년 내전이 과열되면서 아동 강제 징용과 아동 살인 및 강간 등 아동 범죄 발생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부모의 죽음을 겪은 비율도 17%로 늘었다.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받는 아동 수가 50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김세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남수단 국가사무소 팀원 역시 “지난달 멜리조 난민캠프에서 주민, 선생님, 학부모, 아동별로 그룹 인터뷰를 실시했는데, 아이들 마음속에 갈등과 분노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올 하반기부터 남수단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유사업’을 실시한다. 김현석 남수단 국가사무소장은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에서 국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사업을 개발해 이미 복지관, 사회 시설에서 프로그램을 검증한 바 있다”며 “이를 남수단에 맞게 도입해 현지 아동들에게 적용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첫 대상 학교는 니믈레 지역에 위치한 멜리조 난민캠프스쿨이다. 이 학교 학생 수는 623명. 김 소장은 “교사들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 현지 교사들에 대한 교육에 방점을 둘 예정”이라며 “아이들이 마음을 치유해 밝은 미소를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니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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