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사회복지사 71만명 시대… 그들은 학교·군대·소년원에도 간다

전문사회복지사 뜬다
식이장애 환자·교정 청소년 등 전문성 갖춘 복지사 늘어
대상자 처우는 좋아지는데 사회복지사 여전히 열악

“최근 홀로 계신 할머니 걱정과 군대 부적응이 겹쳐 탈영한 군인이 있었다. 이제 단순히 ‘걱정 말라’는 상담만으론 부족하다. 군(軍)사회복지사는 할머니의 경제 환경을 돌봐주는 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한국군사회복지협의회 창립총회 현장. 조성심 신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전문 사회복지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관심사병의 군대 적응을 돕기 위해 군사회복지사 양성을 시작한 조 교수는 “프랑스·미국 등 선진국에선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장교가 군사회복지사병으로 입대할 정도로 군사회복지 영역이 제도화돼 있다”면서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는 만큼 전문 사회복지사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1 정대희 의료사회복지사 2 최윤진 학교사회복지사 3 박덕용 교정사회복지사 4 박준영 정신보건사회복지사
1 정대희 의료사회복지사 2 최윤진 학교사회복지사 3 박덕용 교정사회복지사 4 박준영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 소년원 등 이색 현장으로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자는 약 71만명. 전년 대비 약 7만5000명이 늘었다(2014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이에 증가한 사회복지사 수만큼 이들이 진출하는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먹고, 토하고, 굶는 것을 반복하며 하루에도 수십번 체중계에 오르던 최민지(가명·24)씨는 2년 전 식이장애 전문 병원을 찾았다. 어린 시절의 ‘뚱뚱하다’는 놀림, 자기관리가 엄격한 가족 분위기가 원인이었다. ‘말라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강박을 떨치고,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매주 정신보건사회복지사를 만나 식생활을 점검하고,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2년에 걸친 꾸준한 치료 끝에 섭식장애에서 벗어난 최씨는 휴학했던 학교도 다시 다니고 있다.

8년간 식이장애 환자를 상담·치료해온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박준영(34·연세 엘 정신과 의원)씨는 “체중 감량을 능력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식이장애를 부추기고 있다”며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식습관을 바로잡고, 아동·청소년기·가족관계 등 상담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식이장애 진료를 받은 여성의 수는 2008년 8428명에서 2012년 1만379명으로, 5년 새 23% 늘었다. 한 해 평균 섭식(攝食)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1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에 식이장애 치료 현장에서도 정신보건사회복지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정신보건사회복지사가 되려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자가 정신보건 분야에서 최소 1년 이상 수련을 받아야 한다. 수련 후 정신보건사회복지사 2급 시험에 합격하고 관련 기관에서 5년 이상 실무 경험을 쌓으면 1급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박덕용(54·춘천소년원)씨는 소년원의 ‘사회복귀반’ 담임이다. 재판 후 보호 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수용되는 청소년은 출원 전 2주 동안 사회복귀반을 거쳐야 한다. 박씨는 이들을 상담하고, 미용실·편의점·주유소 등 아이들의 일자리를 찾아 발로 뛰는 교정사회복지사다. 아이들이 소년원을 나간 후에도 꾸준한 전화 상담을 통해 재범을 예방한다. 실제로 2009년 32.4%였던 청소년 재범률은 2012년 37.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정사회복지사의 충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교정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별도의 자격시험은 없다. 사회복지사 2급 소지자가 교정 시설에 취업해 경력을 갖추면 된다. 박씨는 “소년원 사회복귀반에서 헤어디자이너란 꿈을 발견하고 전문대 미용학과에 합격했던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곳인 만큼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감동도 다른 현장 보다 큰 곳”이라고 전했다.

◇친숙한 의료·교육 현장, 사회복지 전문성 높아져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위기를 맞은 환자를 지원하는 손길이 있다. 바로 의료사회복지사다. 의료사회복지사는 다양한 경로로 환자의 후원을 연결하는 ‘해결사’다.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질병 예방과 사후 관리를 돕는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자 중 의료사회복지 실무 경력이 1년 이상인 사람만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7년 차 의료사회복지사인 정대희(34·서울대학병원)씨는 “지난 한 해 동안 서울대학교병원(혜화동) 의료사회복지팀은 진료비 의뢰만 4000건, 상담은 2만건을 요청 받았다”면서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씨는 지난해 희귀난치병 환자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공모전에 지원, 30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아 희귀난치병 환아를 도운 바 있다. 그는 “당장 일주일 안에 각막 이식을 하지 않으면 안구에 심각한 손상이 오는데도 치료비를 구할 수 없을 때가 너무 많다”며 “지원할 수 있는 단체나 뜻있는 후원자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10년차 학교사회복지사 최윤진(36·중화중학교)씨의 일과는 바쁘게 돌아간다. 학생들을 상담하고, 지역의 훌륭한 멘토를 연결하고, 가정 방문을 통해 부모 상담까지 진행한다. 가정 문제나 학교 폭력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발견하면 지역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공무원, 정신보건센터 관계자 등 20여명을 모아 해결 방안을 찾기도 한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중에서 학교사회복지론, 아동복지론 또는 교육학 과목을 이수한 사람만 학교사회복지사 시험을 볼 수 있다. 최씨는 “신문지를 마음껏 찢는 짧은 분노 해소 프로그램 이후 태도가 변한 친구, 매일 오전 티타임을 갖는 것만으로 결석률이 줄어든 친구 등 아이들은 변화가 아주 빠르다”며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있듯, 아이들의 심리·정서를 다루는 전문가가 학교 내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아지는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성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의 처우는 아직도 열악하다. 사회복지사의 월평균 임금은 172만원. 초과 근로 및 휴일 수당을 받는 사회복지사 비율은 각각 14%, 8.8%로 매우 낮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 대상자의 처우는 좋아지는 반면,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는 제자리”라면서 “사회복지사를 ‘적은 보수를 받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인식이 이젠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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