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숨은 영웅들

“비영리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기업과 정부의 재정 후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상을 만들려고 한다. 조직위원들과 심사위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꾸릴 텐데, 심사위원이 되어줄 수 있느냐.”

몇 달 전,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 김현수씨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름은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Asia Philanthropy Awards)’. ‘필란트로피’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자선(Charity)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기부와 봉사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적극적이고 넓은 의미의 사회공헌 행위와 정신입니다. 70명 가까운 비영리 생태계 종사자가 참여해서 상(賞)을 준다는 취지가 좋아 선뜻 ‘오케이’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기부금도 냈지요. 홍보를 돕기 위해 ‘보도자료’까지 직접 손을 봐주다 보니, 행사가 어떻게 꾸려질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돈과 시간을 내서 참여하니까 더 이상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2일, 마감으로 무척 바쁜 날이었음에도 잠깐 짬을 내 시상식 구경을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와 비슷한 사람들 수십명이 참석한 프레스센터는 무척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APA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수 주교의 농담 섞인 환영사부터, 6개 부문 수상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 따뜻해졌습니다. 올해의 펀드레이저 상을 받은 한국메이크어위시 이광재 사무국장은 100번 거절당한 끝에 마지막에 기부금을 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지 않고는 이 일을 계속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청소년 필란트로피스트(김소희), 여성 필란트로피스트(노국자), NPO상(드림터치포올), 공적상(故 김석산)에 이어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 상은 ‘노무라 모토유키’씨가 받았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일본 내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고, 일본의 과거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청계천 도시 빈민을 위한 구호 활동 등 지난 50년간 한국을 위해 봉사해온 인물입니다.

이번 상의 의미는 숨은 필란트로피 영웅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참여와 협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동의 꿈’을 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필란트로피 정신에는 좌도 우도 없고, 보수와 진보도 없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넘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처방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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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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