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정보와 기회의 과잉… 본질에 집중해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문자를 쓰는 순간, 아이들의 상상력은 확 죽습니다. 미국에선 이 때문에 쓰기 교육을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최대한 늦게 시킵니다. 구석기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도 등장하듯, 문자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는 그림입니다. 요즘 ‘카드뉴스’가 유행하는 걸 보니, 스마트폰 때문에 다시 문자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카드뉴스’란 주요 이슈들을 이미지와 간단한 텍스트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것인데, 길고 지루한 뉴스를 읽기 힘들어하는 영상 세대를 위한 맞춤형 뉴스입니다.

기자들이 써온 기사를 고치고 줄이는 게 편집장인 저의 주요 역할인데, 보통 기자들은 자신이 쓰겠다는 원고 수량보다 더 많이 씁니다. 취재한 내용이 아까워서, 빼기에는 너무 중요한 부분이 많아서 기사량이 점점 많아집니다. 하지만 제3자의 눈으로 기사를 읽다 보면, 빼더라도 의미 전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문장이 상당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아니면 제목 한 줄로 기사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자 시절 늘 들어왔고, 기자들에게도 강조하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매커운씨는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생각, 모든 사람의 요청을 수용하려는 생각을 멈추어야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을 하나 선정한 다음, 그것을 기준으로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만약 90점 미만인 대상이 있다면 0점이라고 판단하고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우선시되는 것’에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우리는 보통 이 에너지를 분산합니다.

좀 더 많은 분이 ‘더나은미래’ 지면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런 상념에 빠졌습니다. 우선 지면의 글부터 좀 덜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강력한 사진 한 장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더불어 제 삶도 가지치기를 하려 합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던 저는 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하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외부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바쁜 게 좋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와 기회의 과잉 속에서 우리 삶과 시간 또한 ‘큐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엄마를 떠나보낸 선배의 한마디가 귓전에 맴돕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엄마였는데, 나는 뭘 하느라 엄마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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