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진짜 자유학기제 만들기 위해 진정성과 전문성 갖춘 청년들이 뭉쳤다

사회적협동조합 씨드콥 조합원 5인, 자유학기제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
자유학기제, 진로 찾기 수단 아니야… 제대로 준비 안되면 사교육만 키울 것

2013년 시작된 자유학기제가 올해 전국 중학교 70%까지 확대 실시된다. 청년 교육 활동가들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뭉쳤다. ‘씨드콥’은 12개 청년 교육 조직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방과 후 학교 등 비교과 영역의 교육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씨드콥 출범에 참여한 강성태 공부의신 대표, 백혜리 씨드콥 커뮤니케이션 이사, 이승환 대한민국 대학생 교육기부단 대표, 이태양 극단 더더더 대표, 임종규 어썸스쿨 운영이사(이상 ‘가나다’순)가 ‘더나은미래’를 찾아 자유학기제의 오늘과 내일, 그 안에서 제3섹터(비영리 민간 주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 동기를 찾는 시간, 행복한 인생 만들기‐. 아이들에게 진정한‘자유학기’를 주기 위한 청년활동가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환 대한민국 대학생 교육기부단 대표, 이태양 극단 더더더 대표, 백혜리 씨드콥 커뮤니케이션 이사, 임종규 어썸스쿨 운영이사, 강성태 공신 대표 /정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나를 알아가는 과정, 동기를 찾는 시간, 행복한 인생 만들기‐. 아이들에게 진정한‘자유학기’를 주기 위한 청년활동가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환 대한민국 대학생 교육기부단 대표, 이태양 극단 더더더 대표, 백혜리 씨드콥 커뮤니케이션 이사, 임종규 어썸스쿨 운영이사, 강성태 공신 대표 /정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사회=어떻게 청소년 교육에 발을 담그게 됐나.

임종규(이하 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 지원을 받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접는 물병’을 개발해 1300만원의 수익을 내고 고스란히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미국에서 경험한 교육 방식이 무척 매력적이었고, 직접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어썸스쿨을 공동 설립했다.

이태양(이하 태)=대학에서 연극과 교육을 전공했다. 교생실습 중 학생들에게 진행한 놀이 연극 프로그램을 ‘최게바라 워크숍’이라는 세 시간짜리 커리큘럼으로 발전시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토요학교 워크숍, 한·중·일 청소년 교육 관광 포럼 등을 통해 창의력 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이승환(이하 이)=2012년 한국과학창의재단 등과 손잡고 교육 봉사 단체인 대학생교육기부단을 만들었다. ‘교육 기부가 단순한 봉사로 끝나지 않고 그 다음 모델로 나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초 청년 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인 씨드콥의 대표 발기인으로 나섰다.

강성태(이하 강)=어린 시절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다. 공부하는 방법도 몰라서 전교 1등을 그대로 따라 할 정도였다. 멘토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에, 내 경험을 알려주고 싶었다. 군대를 다녀와 동생과 같이 멘토링 UCC를 제작해 올린 게 ‘공신닷컴’의 시작이다. 상표를 팔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고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멘토 한 명씩을 만들어준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백혜리(이하 백)=인도네시아에서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이 경험을 계기로 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 교육 정책을 연구하던 중 우리나라 교육의 닫힌 환경을 개선하고자 씨드콥의 이사로 참여하게 됐다. 현재 씨드콥은 교육부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유학기제 시도는 좋지만… 플랫폼 구축, 센터 일원화 필요

사회=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2년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교과만 가르치던 기존 교육과정을 볼 때, 꼭 필요한 시간이다. 가장 큰 걱정은 이전의 교육 정책이 그랬듯 조금 운영하다 관두는 것이다. 교육 제도의 급변은 사교육 시장만 키울 수 있다.

=방과 후 학교는 열린 시장으로 만들어두고 실질적 거름망이 없어 생기는 문제들이 많았다. 외부 전문가가 학교로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중개할지가 숙제다. 좋은 사례들을 공유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도 필요하다.

=자유학기제 지원센터를 일원화하고, 흩어진 정보포털을 합쳐서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정보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학교 아이들은 계속 ‘키자니아(어린이 직업 체험을 위한 테마파크)’만 가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진로 찾기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 때부터 진로를 정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제도가 갈피를 못 잡으면 아이들만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사회=공교육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나. 비교과 영역에서 제 3섹터의 교육 활동가들이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어썸스쿨은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행동에 옮기는 과정을 6단계로 나눠 교육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구리고 학생들은 좁은 교문 통학 문제를 없애려 교정에 중앙선을 만들고, 영원중 학생들은 탈의실 미화 문제를 해결할 벽화를 그렸다. 어썸스쿨 청년 강사 40여명의 기업가 정신 교육 경험이 우리의 자원이다.

=창의력을 높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놀이 연극을 진행해왔다. 수업 끝엔 자작극 공연도 연다. 예술중·고등학교 학생이 아닌 이상 학교에서 연극학을 배우기는 어려운데, 자유학기제를 통해 우리처럼 현업 전문가를 만나면 마치 노는 것처럼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사회=아쉬운 점은 없었나.

=학부모들이 방과 후 학교 때문에 아이들 학원을 끊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었다. 열정적인 교사와 함께 소통하며 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결과다. 그런데 담당 교사가 바뀐 뒤로 상황이 180도 변했다. 아이들 멘토링을 하러 가야 하는데 교실이 텅 빈 채 잠겨 있었던 적도 있다. 그 잘되던 프로그램이 담당교사 하나 교체됐다고 휘청거렸다. 공교육이 함께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청년 교육 활동가, 공교육 문제 해결하는 외부 자극 될 것

사회=학교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이란 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대학생 교육 기부단을 운영하면서 질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더라도 교육부 예산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 허덕이는 활동가들을 많이 봐왔다. 개별 업체가 두꺼운 공교육의 벽을 뚫기란 쉽지 않기에 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했다. 특히 사회적협동조합은 배당이 없기 때문에 공익적 목표를 강조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 영리 기업이 주는 편견이 크다. 씨드콥은 시장 구조 때문에 제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교육 벤처를 살리면서, 비영리 전환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교육 활동가들이 공교육 현장으로 가기 위한 창구가 될 수 있다.

=공교육은 아직까지 주입식 옛 교육에 갇혀있다. 아이들에게 변화하는 사회를 교육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다. 공교육이 구조적인 문제로 이를 놓친다면, 외부 요인들이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씨드콥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지난달 말 홍콩의 사회 혁신 콘퍼런스 ‘메이크어디퍼런스(MaD·Make a Difference)’에 참석했는데, 대만·중국·네팔 등 아시아 각국에서 공교육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모두 학교 밖 사람들이었다는 거다. 씨드콥을 통해 국제 교육 문제를 논의하는 콘퍼런스를 만든다면 아시아 교육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학교든 교육청이든 교원 단체든 교육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달려가 교류할 생각이다. 선발 주자로서 더 많은 학생이 좋은 체험을 하고, 더 많은 청년 교육 활동가들이 현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될 것이다. 정책 제안 활동과 더불어 내부 포럼을 통한 교육 연구도 진행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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