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5년간 최대 1조원… 농가 직거래로 상생 경영한다

SPC 사회공헌
SPC, 전국 12개 농가와 협약 맺고 우리 농산물로 파리바게뜨 제품 출시
안정적 수익·판로 개척 적극 도와

“요즘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23년째 딸기 농사를 지어온 김수태(69)씨가 근황을 전했다. 경남 산청에서 호박, 고추 등 야채를 재배하던 그가 작물을 바꾼 이유는 지리산의 서늘한 기후가 만들어낸 딸기의 달콤한 맛 때문이었다. 그러나 맛이 좋은 만큼 귀했다. 산 밑이라 기온차가 심해 수확량이 일정치 못했기 때문. 딸기 자체가 쉽게 무르고 가격 변동이 심한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김씨의 고민이 해결됐다. SPC그룹이 산청군과 딸기 공급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 SPC가 산청군과 진주시로부터 구매하는 딸기는 연간 45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구매량이 늘고 있다. 정기적으로 약속한 가격에 팔 수 있으니 산청 딸기 농가들의 수익 기반도 안정됐다. 납품 업체를 찾아다니던 김씨는 그 시간을 절약해 품질 향상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SPC에 정기적으로 공급한단 소문이 퍼지면서 산청 딸기에 대한 신뢰나 관심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23년차 딸기 농부 김수태씨가 재배하는 딸기는 지난 2012년부터 파리바게뜨 케이크 위에 올라간다. /SPC그룹 제공
23년차 딸기 농부 김수태씨가 재배하는 딸기는 지난 2012년부터 파리바게뜨 케이크 위에 올라간다. /SPC그룹 제공

농가 직거래를 통한 SPC의 상생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 2008년부터 전남·경북·경남·충북 등 12개 농가와 계약하고, 딸기·포도·파프리카·사과 등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올해 이렇게 SPC가 구매한 국산 농·축산물만 약 5450억원에 이른다. 작년 대비 800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5월엔 충북 영동군과 ‘포도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덕분에 2000평 규모 청포도밭을 가꾸는 농부 박세호(54)씨는 “개인 청과물 도매상이나 서울 농수산물 시장에 납품할 땐 출하 수수료와 운송비 부담이 컸다”면서 “SPC는 날씨·시장 변동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익금도 보전해주니 계획재배가 가능해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의 포도 수익은 10% 이상 늘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파리바게뜨 ‘딸기 요거트 듬뿍 케이크’.
우리 농산물로 만든 파리바게뜨 ‘딸기 요거트 듬뿍 케이크’.

대기업과 직거래로 홍보 효과도 커졌다. 파리바게뜨 케이크 위에 미니 사과를 올려 유명해진 경북 영천 농가엔 새로운 판매 통로가 생겼다. ‘불량 사과’ 취급을 받아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니사과는 파리바게뜨 사과 케이크로 입소문이 나면서, 연평균 8000만원 수익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각 학교 영양사들로부터 문의도 쇄도했다. 급식에 올라가는 후식으로 미니 사과가 제격이라 판단했던 것. 이에 영천 농가들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지역 100여개교에 급식용 미니 사과를 납품하게 됐다. 이에 2007년 30톤이던 생산량은 2013년 120톤, 2014년 230톤으로 7배 늘었다.

한편 19년 차 파프리카 농부 박용택(59)씨는 지난해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 전남 강진군과 SPC그룹이 우수 품질 파프리카 공급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고정 거래처가 생긴 것. 박씨는 “엔화가 하락하면서 2년 전에 비해 파프리카 수출 가격이 75%까지 떨어졌고, 파프리카는 장기 보관이 안 돼 시가가 확 떨어져도 무조건 팔아야 해서 안정적인 공급처가 필수적이었다”고 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28일엔 축구장 10배 크기(약 3만3000㎡)에 달하는 SPC 파프리카 전용 농장을 열었다. 매년 평균 300톤의 파프리카가 SPC에 납품되고 있다. 이렇게 공급된 파프리카는 파리바게뜨 샌드위치·샐러드에 더해져 판매된다. 박씨는 “한 달에 2~3번씩 SPC 구매본부와 직접 만나, 파프리카 이외에도 강진 농가에서 재배하는 다른 농산물을 어떻게 파리바게뜨 제품에 연계할지 함께 토론한다”면서 “우리 농가의 판로 개척까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주니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PC는 식자재 온라인 쇼핑몰인 ‘브레드몰’을 업무협약을 체결한 농가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억동 SPC그룹 구매본부 차장은 “12월 내로 온라인 쇼핑몰에 파프리카를 시작으로 국내 농·축산품 판매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경로를 모색해주기도 한다. 지난 8일, 진주 딸기 농가와 태국 바이어를 연결해 수출을 성공시킨 것.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한 진주 딸기 농가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범성 SPC그룹 홍보실 상무는 “올해 1월, 농식품부와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2018년까지 5년간 1조원 규모의 우리 농·축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면서 “상생 경영의 시너지가 계속 확대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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