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세상 위해 헌신한 그들, 이제 우리가 도울 차례

생명보험재단의 사회적 의인상 시상… 순직 소방관 유가족에 6년간 7억 지원

소방관 6명의 생명을 앗아가며 우리나라 소방 역사의 최대 비극으로 기록된 ‘홍제동 화재 사건'(2001년 3월). 고(故) 김기석 반장(서울은평소방서·순직 당시 44세)도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김씨 가족은 하루아침에 기둥을 잃고 표류했다. “머리가 멍했죠. 몇 달간은 온종일 울기만 했어요. 정신을 차리고 나니 막막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김씨의 아내 조복수(51)씨의 말이다. 당시 자녀의 나이는 9세와 3세. 조씨가 현재 받고 있는 연금과 보상금은 당시 책정된 110만원 정도다. 세 가족이 한 달 살기엔 버거운 금액이다. 순직 소방 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과거 사건 유가족에 대한 지원은 그때 그 수준에서 멈춰 있다.

전국 소방 공무원은 약 3만9000명. 최근 5년간 29명이 화마(火魔)에 목숨을 잃었고, 1600여명은 부상을 당해 현장을 떠났다. 이는 일본의 2.6배, 미국의 약 2배다(소방방재청, 2014). 경찰 및 소방 공무원의 순직·공상(공무 중 부상) 사례는 점점 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서울 은평소방서에서 열린 생명보험의인상 시상식 현장. /생명보험사회재단제공
지난 12일 서울 은평소방서에서 열린 생명보험의인상 시상식 현장. /생명보험사회재단제공

신형욱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반장은 “순직 후 관심과 지원이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연금법과 국가유공자법상으로 연금, 의료 보호, 자녀 교육비 감면 정도의 지원을 받지만 직급이나 근무 연수에 따라 혜택이 제한된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유가족이 짊어져야 한다. 신 반장은 “국가의 보장 체계가 빈약한 만큼, 민간 기업의 사후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 18곳의 출연금으로 조직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명보험재단)의 ‘사회적 의인 지원 사업’도 그중 하나다. 재단은 2008년부터 국가나 공동체, 타인의 생명을 위해 헌신한 경찰·소방·일반인을 발굴·지원하는 ‘생명보험의인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특히 소방관은 순직·공상 소방관의 노부모 생활 지원금과 자녀 장학금으로 나누어 지금까지 162명에게 7억원을 전달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은평소방서에선 고 김기석 반장을 포함, 순직 소방관 39명의 가족에게 총지원금 1억원을 전달하는 사회적 의인 소방 부문 시상이 진행됐다. 조복수(51)씨는 “사회에서 우리를 잊지 않고 관심과 지원을 가져주시는 덕분에 가족들도 자부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석쟁 생명보험재단 전무는 “이번 시상이 사회적 의인들의 희생정신을 우리 사회에 알리고, 귀감 삼을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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