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단기 성과보다 기업가가 만드는 사회변화에 주목해야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실태 창업률에 급급…
내실 다지는 기간 적어
제대로 된 역할 하려면 2~3년 기간 필요

최근 4년(2011~2014년)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1363개 참여팀 중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팀은 8개팀으로 0.6%에 불과했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팀도 123개로 10%에도 못 미쳤다. 육성사업은 지난 4년간 총 3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올해 사회적기업진흥원 사업비의 41.6%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국회 환경노동위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실). 육성사업의 한계와 대안은 무엇일까.

지난 4년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창업팀은 1000개가 넘는다.
지난 4년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창업팀은 1000개가 넘는다.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청년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 회사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다’가 중요하지, 우리 회사는 ‘사회적기업입니다’는 말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저희가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예비사회적기업이 됐어요’라고 글을 올렸더니, ‘그동안은 아니었어요?’란 댓글이 많았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기업이란 타이틀 자체가 없어져야 해요. 모든 기업이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해야 하니깐요.” (1기 창업팀, 교육 관련 소셜벤처 ‘모티브하우스’ 서동효 대표)

몇몇 기업가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에 집착하는 구조 자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2기 창업팀인 ‘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도 “먼저 기존의 ‘사회적기업=착한 기업’이라는 단순한 정의의 틀을 깨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갭이어’란 검색어가 얼마나 대중에게 노출됐는지 파악하고, 이를 우리 회사가 창출해내고 있는 사회적 임팩트로 산출하고 있다”고 했다. (‘갭이어’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인턴십·여행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취약계층을 고용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J회사는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지만, 일자리 지원 사업이 끝난 후, 직원은 10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어 여전히 생존이 위태하다.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은 인증 및 지원 사업의 폐해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육성사업의 성과 목표를 ‘창업률’로 설정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의 육성사업 위탁 운영 33곳은 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1년 단위로 육성사업을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10개월이라는 인큐베이팅 기간 내에 창업팀이 소셜 미션을 설정하고, 비즈니스 모델까지 수립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한다. 사업 성과가 창업률에 달린 만큼, 내부 미션을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보다는 외형적인 창업(근로자 1명 이상, 수익금 유무)에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다. 지난 2012년, 위탁 운영 기관 중 한 곳인 열매나눔재단이 2기 창업팀을 사후관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듬해 위탁 사업(3기 창업팀 선발)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이유에서다.

창업팀 사후지원이 도입된 것도 올해부터다. 육성사업 4년차에 접어들어서야, 사회적기업진흥원은 1~3기 창업팀을 대상으로 ‘리스타트’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 하는 ‘드림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기 창업팀 ’21세기자막단’ 김빈 대표는 “사업 3년차에 접어들면서 소셜 미션과 부합하는 사업을 만드는 것에 고민이 많았는데, 드림업 프로젝트를 통해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실행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정선 안경다리마을에서 ‘제1회 메이킹필름영화제’가 열린 것이 그 결과다. 영화제 기간 관객들은 하루 한 편의 영화를 보고, 토크쇼에서 스태프들과 제작 현장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눴다.

사회적기업 중간 지원 조직 ㈔씨즈의 김영석 국장은 “1년 내 창업도 성공하고, 매출도 올리는 팀은 극소수이며 2~3년 안정적으로 사업 기반을 만들어야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창업팀장은 “창업팀들이 사업 단계 및 특성에 맞춰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IT·기술, 제조 등 특화된 인큐베이팅 기관도 선정하고, 사후지원을 확대하는 등 사각지대를 메우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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