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전국에 퍼진 2500만 연탄 수만큼 나눔 지수도 쑥쑥 올라갔어요

기부금의 위력변화가 일어난 현장
사랑의연탄나눔운동
10년간 봉사자 20배 이상 늘어···소외계층의 정서적 벗 역할도
민간서 후원한 연탄 2530만개···정부 예산 151억원 절감 효과

올해로 7년차를 맞은 미래에셋의 봉사 현장. /연탄나눔운동 제공
올해로 7년차를 맞은 미래에셋의 봉사 현장. /연탄나눔운동 제공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주는 복지는 밑 빠진 구멍에 물 붓기’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수십년간 도와줬는데 아프리카가 변한 게 뭐냐”는 말들도 많다. 과연 그럴까. 더나은미래는 기부금의 임팩트(Impact)를 확인하기 위한 국내외 현장 두 곳을 찾았다. 지난 10년 동안 빈곤층을 위한 연탄나눔을 해온 NGO ‘㈔따뜻한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하 사랑의연탄나눔운동), 15년간 후원해온 마을을 떠나는 한국월드비전의 베트남 호아방(Hoa Vang) 지역개발사업 현장이다. 기부금이 뿌려진 그곳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편집자 주


“우리는 단순히 공짜 연탄을 나눠주는 단체가 아닙니다.”

원기준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의 말이다. 국내의 연탄 사용가구는 약 20만 세대. 전체 가구의 1% 정도다. 이 중 14만 세대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차상위계층이고, 노인 가구도 78%나 된다. 이들을 돕고자 NGO를 세운 후 10년 동안 나눠준 연탄은 10만 가구 2500만개다. 원 사무총장은 “숫자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영향력은 바로 자원봉사 문화가 퍼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불사르는 연탄에게 배우다… 자원봉사 문화 확산

연탄나눔 활동 초창기엔 봉사자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한다. 연탄을 기부받으면 열의 아홉은 전문 업자가 마치 택배처럼 배달했고, 연탄값보다 배달비가 더 많이 드는 지역이 있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2004년 2000명에 불과했던 봉사자 수는 지난해 4만8000여명으로, 10년간 20배 이상 늘었다. 원 총장은 “봉사 없이 연탄만 기부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정도이며, 봉사 신청자들이 너무 몰려 신청 조기마감이 빈번하다”고 했다. 수만 늘어난 건 아니다. 초기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의존했던 기부·봉사는 최근 유치원 학생들부터 휴가 나온 군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특히 재작년 43건에 그쳤던 학교 봉사도 지난해 79건으로 늘어났다.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탄 사용자는 그 자체가 ‘어려운 이웃’이며, 연탄은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봉사는 공감과 보람을 크게 키워 또 다른 나눔 활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봉사에 참여했던 기업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7년간 연탄나눔 활동을 해왔다는 ‘미래에셋’의 조현욱 사회공헌실 상무는 “직원이나 부서 구분 없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찾다 연탄봉사를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직원들의 봉사정신이나 조직 문화가 크게 좋아졌다”고 했다. 조 상무는 이어 “현장에서는 함께 땀 흘리며 팀워크를 다지고, 그 가치가 직원들의 지인이나 가족으로 퍼지는 걸 보면서 연탄봉사의 확산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012년 겨울 중앙대학교 총장과 학생들이 참여한 연탄봉사 현장. 지난 10년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에 참여한 기업 및 단체는 모두 2823곳으로, 총 26만9698명이 9573시간 동안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누계).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제공
지난 2012년 겨울 중앙대학교 총장과 학생들이 참여한 연탄봉사 현장. 지난 10년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에 참여한 기업 및 단체는 모두 2823곳으로, 총 26만9698명이 9573시간 동안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누계).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제공

◇겨울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 독거노인의 정서적 지지

2008년 11월, 서울 월계동의 ‘녹천마을’에서 처음 연탄봉사를 경험했던 인장교(41) 노무사(함께하는 노무법인)는 이후 서울 개포동의 ‘구룡마을’, 서울 홍제동의 ‘개미마을’, 영등포, 거여동, 상계동 등을 돌며 지금까지 26곳의 연탄봉사 현장을 누볐다. 인장교 노무사는 “아직 연탄에 의지해 살 만큼 빡빡한 현실에서도, 우리가 가면 어르신들이 손수 고구마를 구워 오기도 하고, 커피를 끓여주기도 하며 반긴다”며 “이들을 응원할 수 있는 창구가 연탄이라고 생각하니 매년 겨울 손을 놓을 수 없더라”고 말했다.

연탄 가구 10명 중 8명이 노인, 그중 대부분은 독거노인이다. 연탄 나눔이 독거노인의 정서적 벗 역할을 하는 이유다. 박일수 사랑의연탄나눔운동 팀장은 “연탄봉사 현장에선 어르신들이 과일이나 과자 같은 것을 내와서 조그만 잔치가 펼쳐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은 봄에는 저소득층 가구에 연탄보일러를 놔주는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고, 여름엔 영화제작협회와 함께 동네 노인정에서 작은 상영회를 여는 등 마을과의 유대관계를 1년 내내 이어가기 위한 시도도 진행 중이다.

◇국가의 부담 함께 짊어진다… 국가 예산 절감 효과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은 기업, 공공기관, 학교, 단체 등으로부터 한 해 평균 20억원 정도의 기부를 받아 1만 가구 이상의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장애인·한부모·독거노인 가정에 200~400장의 연탄을 전달한다. 이는 겨우내 필요한 양의 30~40%에 이르는 양이다.

지난 10년간 후원한 연탄의 개수는 모두 2528만5197장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51억7111만8200원에 달한다.(연탄 1개 600원 기준) 현재 정부에선 저소득층 연탄 사용 가구의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8만여명에게 매년 연탄 300~330장을 교환할 수 있는 ‘연탄쿠폰’ 제도(2014년 기준, 16만9000원 상당)를 시행하고 있다. 일반 시민과 기업 등 민간의 기부금으로 이뤄진 151억원 덕분에 정부 예산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 NGO가 10년간 보살펴 온 10만 가구를 그대로 방치했을 때 발생할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연탄나눔 활동의 예산 절감 효과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원기준 사무총장은 “우리의 목표는 연탄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우리는 연탄을 통해 계속 따뜻함을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