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지원받은 저신장 아동, 연평균 8㎝ 성장… “키만큼 자신감도 컸어요”

LG그룹 ‘저신장 아동 지원’ 20년
90년대 초까지 수입하던 성장호르몬제
LG 유트로핀 시판하며 시장가격 내려가
매년 20명 지원, 2012년부터 100명으로
2010년부터는 보육시설 아동 지원 시작
연평균 8cm 성장… 최대 20cm까지 크기도

한국아동복지협회_그래픽_기업사회공헌_신장변화_2014

“키가 작았을 땐 친구들이 저보고 ‘땅꼬마’라고 불러서 슬펐어요. 요즘엔 만나는 사람마다 ‘너 키 많이 컸다’고들 해요. 매일 주사를 맞는 것은 조금 아프지만, 키 컸다는 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좋고 어깨가 으쓱해지곤 합니다. 키가 커지면서 자신감도 생겨서, 이젠 어떤 일을 해도 거뜬히 잘할 것 같아요. 제가 지원을 받은 만큼 커서 2~3배 이상 보답할 거예요.”(2012년 LG복지재단 저신장 성장호르몬제 지원 대상자 윤한솔〈가명·12〉군)

부모가 각각 지체 1급, 지적 3급 장애인인 김민수(가명·14)군의 꿈은 탁구 선수다. 매번 전국대회 4강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가는 실력이지만,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 탓에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곤 했다. 김군도 같은 연령 아이들의 평균 키보다 10㎝ 이상 작은 저신장증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 성장호르몬제를 지원받은 김군은 1년간 키가 7㎝나 훌쩍 컸다. 하지만 아직 키는 146㎝, 탁구 선수로는 턱없이 작은 키다. 의료진은 김군의 키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해, LG복지재단에 김군을 추천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호르몬제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미상_사진_기업사회공헌_LG그룹저신장아동지원히스토리_2014

1000명에게 70억원… 20년간 저소득층 아이들 희망도 커졌습니다

성장호르몬제 지원 20년…

◇성장호르몬제 지원으로 ‘키도 쑥쑥, 꿈도 쑥쑥’

자녀의 키마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9~2013년 단신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10%(연평균 6179건)가 최하위 10%(연평균 838건)보다 7.4배 많은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를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제를 처방받는 경우도 크게 증가했다. 성장호르몬제 처방을 받은 인원은 2009년 2408명에서 지난해 3999명으로 무려 66%나 증가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에겐 연간 1000만원에 가까운 성장호르몬제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빈곤의 대물림이 외모의 대물림으로, 또 자존감 하락까지 이어지는 현실이다.

LG복지재단은 일찌감치 이에 주목했다. 20년 전부터 저소득층 가정의 ‘저신장 아동’에게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은 같은 연령 아이들의 평균 키보다 10㎝ 이상 작거나, 연평균 성장 속도가 4㎝ 미만일 경우 해당한다. 또래 100명 중 셋째 미만으로 작으면 저신장으로 본다. 세계적으로는 인구 1만명당 1명이 성장호르몬 결핍성 저신장증을 앓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매년 아동 20여명을 선발해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했고, 2012년부터는 100명으로 지원 대상을 늘렸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 중에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소속 전문의로부터 추천을 받은 저신장 아동이다. 지난 20년 동안 LG복지재단을 통해 성장호르몬제를 지원받은 아이들은 연평균 8㎝, 많게는 20㎝까지 자랐다. 일반적으로 저신장 아동이 1년에 4㎝ 미만으로 자라는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자란 성과다.

미상_그래픽_기업사회공헌_저신장아동지원사업누적인원수_2014

성장호르몬제를 지원받은 아이들은 자신감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에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4년 전부터 한국아동복지협회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보육 시설 아동에게도 지원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이 ‘생활시설 아동건강 영향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육 시설 아동이 또래에 비해 키는 최대 13㎝가 작고, 몸무게는 최대 13㎏이 적다고 나타났다.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부장은 “시설 아이들은 방임이나 학대, 유기 등으로 원가정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발육이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성장호르몬제(연간 500~1000만원 상당)가 필요한 아이가 정말 많다”고 했다.

◇제품 개발과 사회공헌의 결합, 20년 이어온 비결이죠

사실 LG복지재단이 20년이란 긴 세월 안정적으로 ‘저신장 아동’을 지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제품 개발과 사회공헌의 절묘한 조합이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성장호르몬제 전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도서출판보건의학_그래픽_기업사회공헌_성장호르몬가격변화_2014

F사의 G제품과 L사의 H제품이 국내에 시판됐는데, 당시 제품을 한 번 투여(1일)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5만원에 달했다. 1년 치료 비용이 지방 도시 아파트 한 채 값에 달할 정도였다. LG생명과학은 고비용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국인에게 맞는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1987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조광훈 LG생명과학 바이오사업부 과장은 “당시 수입된 외국 제품들은 대장균을 이용했지만 유트로핀은 최초로 효모를 활용한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번 임상시험을 거쳐 1992년부터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이 정식으로 시판되자, 시장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개발 당시 매년 200만달러(약 20억원)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던 성장호르몬제 시장에서 국내산 성장호르몬제인 ‘유트로핀’이 최대 50%까지 점유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부수 효과도 생겼다. 외국 제품 가격이 50%가량 인하되는 양상을 보였던 것. 유트로핀 출시 전에는 10만원대였던 성장호르몬제가 출시 후에는 4만원대로 낮아지면서 저신장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미상_사진_기업사회공헌_LG유트로핀_2014

LG생명과학이 국내산 성장호르몬제를 개발하면서 치료 비용이 파격적으로 낮아졌지만, ‘유트로핀’은 저소득층에겐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비싼 약일 뿐이었다. LG생명과학은 매년 ‘유트로핀’ 매출액의 1% 이상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 제품 판매와 사회공헌 활동도 결합했다.

LG 조준호 사장은 “저신장 아동 성장호르몬제 지원 사업은 LG 사회공헌 활동 중에서도 성과도 높고 보람도 큰 사업”이라면서 “아이들이 키와 더불어 꿈도 함께 크길 바란다”고 사업의 의미를 밝혔다. LG가 20년째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해준 아이는 약 1000명. 시가로 7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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