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환자 가정 지원부터 취약계층 돌봄까지… 10년·20년 된 사회공헌도 많아

다국적제약회사 사회 활동
한국얀센의 ‘스롤라인 서포터즈’… SNS·사내 캠페인으로 장애인시설 후원
2003년부터 정신질환자 돕는 활동 펼쳐

분쉬의학상·초록산타… 대부분 장기 활동
매출대비 기부금도 시총 100대 기업 2.6배

지난 4월 18일,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얀센’이 특별한 조직을 결성했다. 다양한 부서의 임직원 20명이 모여 ‘스롤라인 서포터즈’ 발대식을 가진 것. ‘스롤라인(srolanh)’은 조현병(schizophrenia·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 환자들이 모인 ‘태화 샘솟는 집’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정신 장애인 40명이 김치와 도시락 제품 등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김지영 한국얀센 홍보팀 이사는 “재능기부로 스롤라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고, 사내 캠페인을 진행하며 매출 증대를 돕고 있다”고 했다.

서포터즈 내 ‘도시락 사업 활성화’팀에 소속된 이정현(27·한국얀센 메디컬부)씨는 “회사 야근이 많아 저녁을 사 먹어야 했는데, 그 수량을 파악해 스롤라인 도시락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고, 잦은 사내 교육에도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스롤라인 도시락 데이’도 3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이씨는 “장애인 직원들이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적정 수량이 20개 정도에 불과해 외부에 홍보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필요한 수량을 확보해 장사를 거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스롤라인을 이끌고 있는 박유선 사회복지사는 “제품을 꾸준히 구입해주고, 열정적으로 피드백해주는 서포터즈 덕분에 정신 장애인들도 안정적인 직업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수익이 늘면서 다른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고 했다. 한국얀센의 정신 질환자 지원활동은 벌써 10년째다. 지난 2003년부터 정신건강 캠페인 ‘피스 인 마인드(Peace in mind)’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분쉬의학상’은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국내 의학 발전에 주목할 만한 연구 업적을 남긴 의학자를 선정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분쉬의학상’은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국내 의학 발전에 주목할 만한 연구 업적을 남긴 의학자를 선정한다.

◇건강관리는 꾸준함이 생명, ‘사회공헌도 마찬가지죠’

10년 이상 계속해온 기업 사회공헌 활동을 손에 꼽기 힘든 국내 현실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끈기 있는 사회공헌이 눈에 띈다. 10년은 기본이요, 20년 넘은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많다. 조선 말 고종 황제의 건강을 살피던 독일인 의사 ‘리하르트 분쉬(Richard Wunsch)’의 이름을 딴 ‘분쉬의학상’. 지난 1990년에 제정된 이 상은 24년을 거치며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권위를 얻었다. 이는 국내 기초의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대한의학회’와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지난 15일에는 줄기세포 요법의 세계적인 권위자 김효수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이 상을 받았다).

긴 세월을 한결같이 지켜온 원동력은 뭘까. 정민정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홍보실 차장은 “사회공헌은 우리 기업 운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한국 사회에 성실한 기업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90년대부터 이어져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한국얀센의 ‘폴 얀센 장학금(1989년·정신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금전적 지원활동)’ ‘피스 인 마인드'(2003년), ▲한국MSD의 ‘MSD청년슈바이처상'(2001년·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MD패컬티'(2002년·의학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비영리 전문 의학 정보 사이트) ▲한국노바티스의 ‘노바티스 국제바이오캠프'(2004년·바이오 관련 분야의 역량 있는 대학(원)생들을 차세대 지도자로 육성하는 프로그램) ▲한국화이자의 ‘화이자 의학상'(1999년·기초의학 연구발전에 이바지하는 의료인 발굴 프로젝트), ‘화이자 사랑의 장학금'(2002년·저소득층 가정의 의대생 장학금 지원 활동)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의 ‘초록산타'(2004년·희귀난치병 환아를 위한 심리·정서 교육) ▲GSK코리아의 ‘GSK 희망콘서트'(2000년·환아와 소외계층 대상의 자선 콘서트) 등도 모두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10년 이상 꾸준히 펼쳐온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에 대해 이상석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부회장은 “국내에 들어온 제약사들은 대부분 국제적인 기업으로, 저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며 “의약품의 속성이 어려움에 처했거나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것인데, 이를 지역사회 안에서도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얀센의 임직원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한 ‘스롤라인 서포터즈’.
한국얀센의 임직원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한 ‘스롤라인 서포터즈’.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와 ‘아름다운 가게’가 함께 진행하는 ‘초록산타’ 프로그램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와 ‘아름다운 가게’가 함께 진행하는 ‘초록산타’ 프로그램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몸도 사회도 건강하게’, 다국적 제약사들 사회 참여 봇물

실제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원사 36곳 중 금감원 공시 대상인 29개사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은 0.37%로, 시가총액 100대 기업 평균(0.14%)에 비해 2.6배가 높다. 협회 측은 회원사에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한 임직원의 수는 총 4285명으로 전체 인원의 50%에 이르며, 이를 통해 도움받은 인원이 6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차상위층 암환자 지원 ▲세엘진코리아의 혈액암 환자 및 가족 지원 ▲한국먼디파마의 소아암 환자 및 가족 지원 ▲한국로슈의 유방암 환자 지원 ▲한국다케다제약의 암·당뇨병 환자 지원 ▲한국룬드벡의 신경정신계 질환자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한국다케다제약은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해 올바른 건강 정보를 체험형 공연으로 전달하는 ‘찾아가는 어린이 건강연극 <도로시와 건강마법사>’를 공연중이며,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의료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을 직접 방문해 건강검진 및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 역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예방접종을 지원하거나, 노숙인의 인식을 개선하는 ‘헬핑핸즈(Helping Hand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석 부회장은 “업종의 특성상 환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활동이 가장 많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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