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美 기업 ‘다양성 정책’ 발목잡는 줄소송… 스타벅스는 승소

스타벅스가 자사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둘러싼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리다 중부지방법원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국립공공정책연구센터(NCPPR)가 스타벅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을 제기한 NCPPR이 경솔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케임브리지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 간판. /조선DB
미국 케임브리지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 간판. /조선DB

NCPPR은 스타벅스 주식 6000달러(약 805만원)를 보유한 소액 주주로, 스타벅스 사내 DEI 지원 정책이 차별금지법을 위반함으로써 주주 이익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지난해 8월 제기됐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직원의 30%를 흑인·원주민·유색인종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임원에게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던 참이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스탠리 바스티안 수석 판사는 “기업의 DEI 전략이 옳고 그른지는 공공을 위한 정책·제도를 만드는 국회가 판단할 문제지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원고가 성소수자, 기후변화 등에 적극적인 ‘깨어있는(woke)’ 기업에 투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다른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이번 결정에 만족하며 “앞으로도 따뜻하고 소속감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여성과 아시아인·흑인·원주민 등이 리더로 있는 소규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인종을 고용하는 등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우대 정책을 중시한다.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여성과 아시아인·흑인·원주민 등이 리더로 있는 소규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인종을 고용하는 등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우대 정책을 중시한다. /스타벅스

최근 미국에선 DEI가 도전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직원 고용이나 보상 제공 등에서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을 배려하는 대기업들이 보수 단체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는 지난해 4월 보수성향 단체인 ‘위스콘신 법과 자유 연구소(WILL)’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컴캐스트는 흑인이나 원주민, 유색인종, 여성이 51% 이상 지분을 가진 소규모 기업을 상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WILL은 ‘모든 미국인이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민권법을 들어 해당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컴캐스트는 같은 해 9월 보조금 지급 기준을 폐지하고 모든 소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배송업자 계약 시 흑인이나 라틴계에 1만달러(약 1300만원)를 추가로 주는 정책으로 지난해 7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기업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반감은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입시 등에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심화했다. 특히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세력이 기업의 DEI 정책 축소 움직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미국 13개주(州)의 법무장관은 지난달 13일 미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을 상대로 채용이나 승진 때 인종에 따른 할당을 두거나 특정 인종을 우대하는 조치를 즉시 없애지 않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다. 보수단체들은 소송뿐만 아니라 주주 서한,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청원 등을 통해서도 기업체의 DEI 정책에 태클을 걸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DEI 정책 시행 관련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텔과 트위터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기간에 DEI 관련 일자리를 줄이기도 했다. WSJ는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헌 결정이 기업을 상대로 한 역차별 소송에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며 “보수단체나 지방정부의 압력이 기업들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법적 시민권을 위한 변호사 위원회(the Economic Justice Project at the Lawyers’ Committee for Civil Rights Under Law)’ 소속 변호사 케이티 유커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DEI 정책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해서 경영진이 선제로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하면 그 기업은 또 다른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기업의 다양성 이니셔티브에 따라 고용을 유지하던 소수인종이 법적으로 항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