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출생 미신고 사망’ 더는 없도록… 비영리 56단체 합동 아동 보호대책 마련 촉구

“이름, 생일 없는 아이들의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른인 우리가 미안해. 하늘의 별이 된 소중한 생명이 잊히지 않도록 이제 어른들이 나설게.”

17일 서울 중구 누리마당에 노란색 포스트잇 100여 장이 붙은 추모벽이 마련됐다. 포스트잇에는 세상을 떠난 출생 미신고 아동을 추모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시민의 손글씨에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이날 추모벽을 마련한 월드비전·굿네이버스·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 56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출생 미신고 아동 사망 예방’과 ‘출생 등록 권리 보장’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 80여 명은 사망한 아동을 추모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17일 서울 중구 누리마당에 마련된 출생 미신고 아동 추모벽에 한 시민이 글을 남기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17일 서울 중구 누리마당에 마련된 출생 미신고 아동 추모벽에 한 시민이 글을 남기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단체들은 “출생 미신고 아동 현황과 사망 원인, 배경에 대한 정확한 추적 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충분한 예산 확보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대 대책을 정부에 제안했다.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 기반한 미신고 사유와 사망 원인·배경 심층조사 ▲외국인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 보장 ▲아동 유기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종합 대책 수립 ▲보편적 임신과 출산·양육 지원 체계 강화 ▲복합위기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 확대 ▲아동보호체계 강화와 관련 예산 증액 ▲청소년 부모에 대한 생애주기적 정책지원 강화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아동기본법 제정 등이다.

16일 보건복지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5월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144명 중 7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5~2022년 출생 아동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중 총 249명이 병에 걸리거나 범죄에 연루돼 사망했다.

17일 월드비전·굿네이버스 등 56단체가 출생 미신고 아동보호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월드비전
17일 월드비전·굿네이버스 등 56단체가 출생 미신고 아동보호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월드비전

김진숙 동방사회복지회장은 “아동의 사망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정부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결과 사망이 확인된 모든 아동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사망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생 미신고 아동의 사망검토는 떠나간 아이들의 삶을 뒤늦게나마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이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부모 가정, 청소년 부모 등 복합위기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의 70% 내외는 미혼모 가정의 자녀이며 이는 한부모나 미혼 부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임신 사실을 늦게 인지한 청소년 부모들도 베이비박스를 많이 찾는데 이들은 청소년 부모지원체계의 부재,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불충분한 지원 탓에 복합적인 문제를 겪는다”며 “정부는 청소년 부모에 대한 통합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생애주기적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관계자들은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권리를 보장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윤종선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는 “지난 6월 국회가 출생통보제를 통과시켰으나 현행 출생신고 관련 법률과 제도에는 여전히 정비돼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다”며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태어난 아동의 공적 등록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난민 아동, 미등록 이주아동, 무국적 아동은 공적 존재로서 증명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종, 국적,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이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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