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버섯 균사체로 만든 친환경 스티로폼… 50일이면 완전 생분해

[인터뷰] 정성일 어스폼 대표

“50일이면 토양에서 완벽히 생분해됩니다. 유해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스티로폼인 셈이죠.”

지난달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에서 만난 정성일(34) 어스폼 대표는 스티로폼 원료인 발포성폴리스티렌(EPS)의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다.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 생분해성 스티로폼은 기존 스티로폼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해물질 없이 빠르게 분해된다. 포장·완충재를 넘어 인테리어, 단열재, 부표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균사체를 농수산 부산물에 배양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정 대표는 “500년이라는 긴 분해시간으로 플라스틱과 함께 환경유해 물질로 손꼽히던 스티로폼이 이제 50일이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버섯 균사체로 스티로폼 대체제를 생산하는 어스폼의 정성일 대표는 "균사체를 활용한 생분해성 스트로폼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포장재, 완충재, 단열재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말했다. /어스폼
버섯 균사체로 스티로폼 대체제를 생산하는 어스폼의 정성일 대표는 “균사체를 활용한 생분해성 스트로폼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포장재, 완충재, 단열재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말했다. /어스폼

-어스폼을 설립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쓰던 가방을 아직까지 들고 다닐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임가공 플랫폼인 ‘공공 스페이스’와 융복합 제작소인 ‘팹브로스제작소’에서의 근무 경험이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커스텀 제작을 주로 하는 업체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가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상당했거든요. 그때 일과 가치관 사이의 모순을 느끼며 해결 방법을 찾다보니 창업에 이르게 됐습니다.”

-버섯 균사체로 스티로폼 대체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균사체를 이용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장점은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반 토양에서 50일 이내로 분해되기 때문에 유해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죠. 사용 후 간단한 분쇄 및 살균처리를 통해 원재료화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훗날 기업이 크게 성장하면 그러한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싶어요(웃음).”

-제작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크게 성형틀을 만드는 기술과 균사체를 배양하는 기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필요한 모양으로 성형틀을 만든 후, 그 안에 배지(培地, 버섯을 기르는 밑재료)를 채워 넣습니다. 그 후 배지에 버섯 균사체를 주입해 배양하는 거죠. 균사체는 치밀한 그물망을 만들며 성장하기 때문에 배지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자연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균사체가 충분히 자란 이후에 틀에서 꺼내 건조시키면 단단한 친환경 포장재가 탄생하게 됩니다.”

-기존 스티로폼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거의 완벽히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난 1년 동안은 연구에 매진했는데 꾸준한 노력 끝에 경도나 강도를 완벽하게 구현 가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추가로 어스폼은 배지 재료 배합 방법이나 온도 등의 배양조건에 따라 물성치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못을 박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해요.”

-쓰임새가 다양할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불이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단열재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인테리어로도 많이 활용하고요. 작가들과 협업해 어스폼 소재의 작품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어스폼에서 개발한 생분해 스티로폼 대체제. 배양 조건에 따라 다양한 특징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백민정 청년기자(청세담14기)
어스폼에서 개발한 생분해 스티로폼 대체제. 배양 조건에 따라 다양한 특징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백민정 청년기자(청세담14기)

-균사체를 이용해 포장·완충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또 있나요?

“미국의 에코베이티브(Ecovative)라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스티로폼 대체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이 기업의 사례를 접하고 나서부터였어요. 어스폼 창업 준비 당시 많은 부분을 참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스폼만의 차별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농수산 부산물을 주 재료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왕겨, 볏짚, 굴 껍데기 등 폐기하는 데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폐기 비용도 아끼면서 포장재도 생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것이죠.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이뤄지면서 자원선순환을 실현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수제 맥주 찌꺼기를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대기업 맥주 찌꺼기와 다르게 수제 맥주 찌꺼기는 자원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쓰레기 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다양한 부산물들을 재료화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어스폼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폐기물 순환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예를 들면 녹차 줄기나 잎처럼 자연 원료 화장품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을 부산물로 활용하는 것이죠.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 결과물을 해당 화장품의 포장재로 다시 사용하며 자원 선순환을 함께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상용화하려면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게 중요한 과제겠네요.

“맞습니다. 균사체를 직접 키우면서 만들기 때문에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의미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친환경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가격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스티로폼이 폐기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강력히 규제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거든요. 반면 어스폼의 원재료들은 무상수급 가능한 부산물의 확대로 가격을 낮출 수 있죠.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강화한다면 확실한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조영은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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