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국경 밖은 탄소중립 사각지대… “공해상 항공·해운 탄소배출도 집계해야”

영해를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집계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탄소중립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이른바 ‘국경 밖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항공·해운 부문에 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이달 7일까지 열리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해운 부문의 국경 밖 탄소배출량 집계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국제해사 문제를 다루는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의 산하 위원회로 탄소배출 등 해양오염 방지와 관련된 국제협약을 채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달 3~7일까지 열리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해운 부문의 국경 밖 탄소배출량 집계 여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이달 7일(현지 시각)까지 열리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해운 부문의 국경 밖 탄소배출량 집계 여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UN 은 현재 국경 내 탄소배출량을 중심으로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해상의 국제 항공·해운 부문 등에서 발생하는 국경 밖 탄소배출량을 측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출발한 상품이 한국으로 배송되는 과정 전체에서 탄소가 배출되지만 미국 영해나 영공에 포함된 지점까지 배출되는 탄소만 미국의 탄소배출량으로 기록되는 식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항공·해운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5% 수준이다. 국경 밖 탄소 배출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 달성한다 하더라도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월 열린 ‘2023 독일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COP28에서 처음 열리는 ‘글로벌 스톡테이크’(GST) 회의에서 국경 밖 탄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글로벌 스톡테이크 회의는 파리기후협정에 참여한 당사국들이 약속했던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얼마나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회의다.

유럽연합(EU)도 최근 국경 밖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자 유럽기후법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U 국가로 들어오거나 EU 국가에서 출발하는 해운선이나 항공기 전체 탄소배출량을 집계하고 감축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개정안의 구체적 감축 목표 등이 설정되면 이를 UN에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28 리더십팀은 성명을 통해 “국경 밖 탄소 배출 집계에 대한 논의는 환영한다”면서도 “국제 항공과 해양 부문에서의 탄소배출 감축은 COP28에서 합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UN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에서 항공·해운 부문의 국경 밖 탄소배출 집계와 감축 등을 논의해야한다는 취지다. 

제이콥 암스트롱 교통과환경(T&E) 지속가능운송 부문 이사는 “국경 밖 탄소배출에 대해 논의할 정치적 모멘텀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석유 수출국이 관련 의제가 논의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승훈 인턴기자 poja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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