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결식만큼 무서운 건강 격차… ‘건강지킴이’가 해결합니다

한국암웨이 ‘건강지킴이’ 프로젝트
소득 격차 따라 아이들 간 영양불균형 심각 암웨이, 지역복지관 손잡고 영양 교육 나서
과일 월남쌈 등 건강 음식 만들기 체험

“줄넘기도 이제 10번씩은 넘을 수 있어요. 친구들한테 줄넘기하는 거 보여줄 수 있어서, 체육 시간이 기다려질 때도 있어요.”

이진호(가명·7)군은 120㎝ 키에 몸무게가 45㎏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20㎏이나 많은 ‘고도 비만’이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이군은 다섯 형제 중 둘째다. 위로는 고3인 누나와 아래로는 아직 어린 남동생·여동생이 셋 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는 어린 준호가 매일 라면 한 개를 혼자 끓여먹고 그것도 모자라 라면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먹어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엄마가 마시는 믹스커피도 하루에 몇 잔씩 먹었다. 최근 1~2년 새 급격히 살이 찐 이군에겐 친구도 많지 않았다. 몸이 무거워 달리기는커녕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숨 가빴고, 체육 시간마다 구석에 앉아 있기 일쑤였다.

그런 이군이 올해 3월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건강지킴이’ 프로그램 덕분이다. 건강지킴이는 어린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돕기 위해 한국암웨이가 지역복지관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중랑구 신내종합사회복지관 김미연(30) 사회복지사는 “3월부터 지난 6개월 동안 최소 일주일에 한번씩 영양·신체·정서에 관한 활동을 진행했다”며 “음악 줄넘기 전문강사와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신체활동을 했는데, 처음에 위축된 채 손으로 줄넘기 줄만 돌리는 시늉을 하던 이군이 시간이 갈수록 재미를 붙이면서 나중에는 ‘집에 가서 엄마한테 보여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영양교육도 이뤄졌다. 영양소는 무엇이며,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쁜지를 배우고, 실제로 영양간식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이뿐 아니다. 자녀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영양 교육도 3회 이상 이뤄졌다. 김미연 사회복지사는 “물리적인 배고픔도 있지만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폭식을 해왔던 이군이 자신감을 갖게 되자 일부러 계단도 오르내리고 성격도 명랑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건강지킴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양평에서 열린 1박2일 캠프‘오색빛깔 건강이야기 시즌2’현장. 이날 캠프에는 전국 복지관 110명의 아이가 참여했다. /한국암웨이 제공
지난달 21일‘건강지킴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양평에서 열린 1박2일 캠프‘오색빛깔 건강이야기 시즌2’현장. 이날 캠프에는 전국 복지관 110명의 아이가 참여했다. /한국암웨이 제공

한국암웨이가 건강지킴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지난 2011년부터다. 영양 불균형의 대물림을 끊는 장기적·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접근에서였다. 김혜선 한국암웨이 사회공헌팀 차장은 “2000년부터 10여년 동안 결식아동 지원을 해왔는데, 이제는 밥을 굶는 것보다 아이들 간 소득 등에 따른 ‘영양 불균형, 건강 격차’가 더 문제”라며 “올해는 한국영양학회와 함께 NQ(Nutrition Quotient·영양지수)도 개발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 영양 정도도 측정하기 시작했고, ‘건강지킴이’가 영양뿐 아니라 사회복지 측면에선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볼 수 있는 전문가 평가 툴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로 32곳, 지금까지 135곳의 복지관에서 ‘영양’ 교육이 이뤄져 왔다.

프로그램은 어린이-가족-지역사회 3단계에 걸친 변화를 시도한다. 이른바 ‘건강지킴이 3STEP’이다. 1단계로 어린이 스스로 균형 잡힌 식사의 즐거움을 깨닫도록 오색 빛깔을 활용한 영양 교육을 한다. 2단계로 참여 아동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영양 교육, 쿠킹 클래스를 하고, 3단계로 소외계층 어린이의 건강 문제에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한다. 김혜선 차장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 교육 책자와 자료를 각 복지관에 전달해, 어느 곳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고구마범벅, 과일 월남쌈, 앵그리버드 주먹밥 같은 ‘영양간식’을 만들어보고, 레시피를 집에 가져가 건강한 음식들을 만들어볼 수도 있게 했다”고 했다.

올해로 3년째 건강지킴이에 참여하는 대구 안심종합복지관 안수정(32) 사회복지사는 “밀가루·인스턴트 등을 자주 먹다 보니 아토피가 심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3년째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심했던 아토피가 다들 확실히 좋아졌다”며 “텃밭 가꾸기와 영양 교육을 결합해 하고 있는데, 키운 채소로 저녁 지도도 하고 요리도 해먹으니 아이들이 자연히 야채를 많이 먹게 됐고, 아이들이 텃밭에 애착을 갖고 채소를 돌보면서 정서적인 치유도 얻고 있다”고 했다. 지역사회로 울림을 확장시켜 나가는 곳도 생겨났다. 대구 서구종합사회복지관 김민구(32) 사회복지사는 “첫해에는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지역사회 내 더 많은 아이에게도 참 필요한 프로그램이란 생각에 지역 초등학교와 얘기해 학교 내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켰다”며 “지역사회 내 생협 주부들이 와서 알기 쉽게 강의도 해주고, 보건소와 연계되면서 지역사회 ‘영양 네트워크’가 꾸려졌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건강지킴이’에 참여하는 전국 아이들 110명이 한데 모였다. 참여 아동들을 위한 한국암웨이 건강지킴이 캠프 ‘오색빛깔 건강이야기 시즌2’에서다. 캠프에서 만난 이진주(가명·12)양은 ‘그동안 더 건강해진 것 같느냐’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웃으며 헐렁해진 바지 허리에 손가락을 넣어 보였다. “이거 그동안은 작아서 못 입었던 바지거든요. 앞으로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좋은 음식 먹고 더 예뻐질 거예요(웃음).”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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