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난민 친구 돕는 법을 만들어주세요”… 초등생 청원편지 모아 국회로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 현장
청원 편지쓰기, 메타버스 활용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이 먼 나라 이야기 같나요? 우리나라에서 재난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볼게요. 여러분은 하루아침에 집과 학교를 떠나야 하는 난민이 됐어요. 무엇을 챙길 건가요?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 건가요?”

지난 7일 서울 금천구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민수진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옹호실 과장의 질문에 학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얘기를 시작했다.

“깨끗한 물과 식량을 챙겨서 지하철역으로 도망칠 거예요.” “스마트폰이랑 충전기를 챙길 거예요.” “돈이랑 약, 담요를 챙겨야죠!”

서울 금천구에 있는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메타버스 난민촌 원정대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캐릭터로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담요·위생용품 등 구호물품을 찾았다. /월드비전
서울 금천구에 있는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메타버스 난민촌 원정대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캐릭터로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담요·위생용품 등 구호물품을 찾았다. /월드비전

이날 6학년 5반 학생 20명은 2교시부터 3교시까지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에 참여했다. 세계시민교육은 정규 교과는 아니지만, 빈곤·인권·환경 등 글로벌 이슈를 알려주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식,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NGO·난민의 개념과 현재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 등을 학습했다.

이날 학생들은 월드비전이 제작한 메타버스 난민촌에서 구호물품을 찾고, 난민과 관련된 OX 퀴즈를 풀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됐다는 설정의 메타버스 난민촌은 실제 재난 피해 현장과 흡사했다. 버려진 폭격기가 길바닥에 놓여 있었고, 허물어진 건물 근처에서 울고 있는 아동들이 종종 보였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내 캐릭터를 생성한 후 조를 꾸려 ▲플럼피넛(영양실조 치료식) ▲비상용 램프 ▲물 정수가루(더러운 물을 식수로 정화하는 가루) ▲담요 ▲위생용품 등 구호물품을 찾았다. 찾은 구호물품은 월드비전 사무실로 가져온 후 인도적지원이 필요한 이재민들에게 배분했다.

메타버스 난민촌은 난민캠프, 아동친화공간(CFS), 난민캠프 운동공간 등으로 조성됐다. 6학년 5반 학생들은 메타버스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열악한 난민촌의 실정을 파악했다. 유준영(13) 학생은 “난민 아동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오늘에서야 알게 됐고, 어떤 지원 물품이 필요한지도 배웠다”며 “실제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재난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청원 편지를 쓰고 있다. /월드비전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재난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청원 편지를 쓰고 있다. /월드비전

메타버스 난민촌 원정대 활동 후에는 청원 편지를 썼다. 청원 편지는 월드비전의 국민청원 캠페인 ‘아웃크라이(OUTCRY)’의 일환이다. 아웃크라이는 재난 피해 아동 보호를 목적으로 인도적 지원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14세 미만은 청원 편지를 작성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전하윤(13) 학생은 “난민이 전 세계 인구의 1%나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인구가 무려 8500만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난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이 원활히 지급되도록 법적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지(13) 학생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민 아동은 의식주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재난으로 인해 떨어져 지냈던 부모를 다시 만나면, 겨우 잡은 그 손을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겠죠.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행복과 여유, 의식주를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민지 학생은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인도적 지원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을 예정이다.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월드비전
독산초등학교 6학년 5반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월드비전

이날 초등학생들이 쓴 청원편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6학년 5반 담임 교사인 윤현정씨는 “정규 교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사건을 가르치는 계기교육도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이번 월드비전 국민청원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국내외 이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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