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단체 운영 건강하고 투명해야

미국 비영리단체 이사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3G(Get, Give, Get Out)입니다. 후원을 받아오든지, 자신이 직접 기부하든지, 아니면 비영리단체 이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쏟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의 ‘당연하고도 즐거운’ 의무로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최근 비영리단체 내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됩니다. B단체는 설립자가 정치권으로 나갔다가, 정치를 그만두고 다시 단체로 돌아와 내부가 시끌시끌했다고 합니다. 상임대표가 이에 항의해 단체를 그만뒀고, 팀장 4명도 모두 줄사표를 던졌고, 최근 사무총장까지 그만둔 상태입니다.

신임 회장이 부임한 이후, 전임 회장 시절 간부 직원들을 강등·감급·지방 발령 등으로 좌천시키고 권고사직 및 해고를 했던 K단체는 최근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제아동구호단체인 U단체는 현 사무총장이 나이가 많은 임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권해 송사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들을 ‘연구위원’이란 직책을 만들어 앉혔는데, 실은 전임 사무총장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연구위원 일부가 U단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었다고 합니다.

상임이사를 뽑고 있는 A단체는 또 어떨까요. 연봉 4000만원의 말 그대로 ‘봉사직’에 가까운 자리입니다. 영리 기업 출신으로 열정을 갖고 A단체를 꾸려온 전임 상임이사는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A단체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려는 ‘의무감’ 대신 편안한 명예직으로 ‘권리’만 누리려는 이사진들, 기득권을 누려온 일부 간부급 직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다 포기한 것입니다.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공익법인들은 영리 기업과 달리 정부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그만큼 조직은 투명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미국 가이드스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를 평가하는 전문 기관만 176개나 된다고 합니다. 종교단체를 평가하는 기관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나겠지요. 최근 자료에 따르면, 뉴욕과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CEO 중 3분의 1가량이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CEO는 국세청에 연봉까지 공개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비영리단체는 걸음마 수준이라 자립하기에도 버거운 작은 조직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낮은 연봉과 많은 업무량으로 영리에서 비영리로 선뜻 옮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리더들이 비영리단체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는 구멍가게 중소기업처럼 운영한다면, 우리나라는 천년만년이 되어도 기부 선진국이 되기 힘들 것입니다. 기부자들의 ‘신뢰’는 한번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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