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기아체험 24시간’ 온라인 서비스, 한 달 만에 2만4466명… 기존 캠페인의 10배 참여율

월드비전의 ‘기아체험 24시간’ 캠페인
기아체험 행사 참여하고 싶어도 시간 맞추기 힘들던 직장인·가족
온라인 생기며 손쉬운 참여 가능 “맞춤 스케줄로 보람도 흥미도 더 커요”

직장인 김혜연(27·부산 남구)씨는 지난 3일 12시간을 굶었다. 이날 대학원 모임이 있었지만, 남들이 술과 밥을 먹을 동안 그녀는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대신 ‘왜 자신이 굶는지’를 친구들에게 얘기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배고픈 실상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기아체험을 하는 것”이라며 자연스레 ‘기아체험’ 홍보대사가 됐다.

1 온라인 기아체험의‘시간표 만들기’페이지 화면. 2 온라인 기아체험은 누구나 손쉽게 참가할 수 있는‘기아체험’문화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3 오프라인 행사가 정해져 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접할 수 있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좀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체험이 가능하다. /월드비전 제공
1 온라인 기아체험의‘시간표 만들기’페이지 화면. 2 온라인 기아체험은 누구나 손쉽게 참가할 수 있는‘기아체험’문화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3 오프라인 행사가 정해져 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접할 수 있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좀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체험이 가능하다. /월드비전 제공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오랜 후원자였던 그녀에게 ‘기아체험’은 미뤄왔던 과업이었다. 소식지를 볼 때마다 행사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직장인이었기에 좀체 시간을 맞추기 힘들었다. 이게 가능해진 건 ‘온라인 기아체험’ 덕분이다. 월드비전은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기아체험 24시간을 온라인(www.makeitstop.or.kr)상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씨는 직접 굶는 시간을 설정했다. 12시간 내내 굶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온라인 교육 영상 자료를 통해 아프리카의 식수 현황과 사업 내용을 살펴봤다. 김씨는 “무턱대고 굶으면 쉽게 지치는데, 스케줄을 직접 짜고 평소 궁금했던 것을 접하니 동기부여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김씨는 친구들에게도 기아체험을 알려주며 자신의 ‘바통’을 잇게 했다. 6명의 친구가 매일 ‘릴레이’ 형태로 온라인 기아체험에 참여했다. 릴레이가 이어진 일주일 동안 김씨 일행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활동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간호사인 친구는 허기와 싸우며 밤 근무까지 했다고 뿌듯해했어요. 온라인이 생긴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모두 기뻐했고요.”

체험 이후 김씨는 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했다. “먹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일인지 느끼고 나니, 몸에 해로운 것도 줄이게 됐다”고 한다.

“기아체험은 참여 자체만으로도 뜻깊은 실천이에요. 처음부터 24시간에 도전하기보단, 6시간만 경험해보고 이후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스케줄을 직접 짤 수 있는 온라인의 강점이니까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김씨처럼 온라인 기아체험을 경험한 사람은 2만4466명(지난 13일 기준)에 달한다. 기존에 진행하던 온라인 캠페인 대비 10배 이상의 참여율이다. 김세연 월드비전 신규마케팅전략팀장은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선 기아체험이 마음 맞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손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형태로 정착됐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청소년 대상의 대규모 집회란 인식이 강했다”면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온라인 기아체험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여름 처음으로 기아체험 행사를 경험했던 김진아(24·인천시 부평구)씨는 “오프라인에선 짜인 체험을 할 수밖에 없는데, 온라인은 ‘빈곤 바로 알기’ ‘난민 체험하기’ ‘아동 노동 바로 알기’ 등 관심 있는 체험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강금석(44)씨도 마찬가지. 강씨 가족은 오는 23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기아체험 24시간’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두 딸의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강씨는 “배고픈 걸 못 참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갈 수 없게 돼 굉장히 아쉬웠다”고 한다. 토요일인 지난 9일, 강씨의 아쉬움은 온라인 기아체험을 통해 해소됐다. 두 딸을 조르다시피 하여 참여를 이끌어낸 만큼, 아이들이 싫증 내거나 지치지 않게 스케줄을 꼼꼼히 준비했다. 강씨는 “첫애가 중학교 1학년이고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문맹체험이나 식수체험 같은 교육 내용과 이야기 전개가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았다”며 “첨엔 다소 집중을 못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고픔을 호기심과 감동으로 대체해가며 버티더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걸 친구들에게 자랑하라”며 자연스럽게 홍보를 유도하고, 중간중간 가족이 함께 카드나 보드게임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했다.

냉장고 문을 수차례 열었다 닫았다 하며 버틴 하루. 체험 후 이 가족의 만찬은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체험이 끝나면 정말 근사하게 저녁을 먹을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이따가 먹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미안해지더라고요. 희망 없이 배고픔을 참는 아이들은 어떨까 싶었고요. 결국 그냥 밥과 고추장만 넣고 쓱싹쓱싹 만든 비빔밥을 온 가족이 나눠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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