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외로운 바둑의 길… 후배들이 재능기부로 세상과 함께했으면

바둑기사들의 재능기부 ‘다면기’ 참가… 바둑 국가대표 감독 유창혁

미상_사진_재능기부_유창혁_2014

‘프로바둑 기사와 마주 앉을 기회.’ 바둑 애호가들에게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다. 이를 통해 좋은 일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다. 오는 15일 서울 왕십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개최되는 프로바둑 기사들의 ‘다면기’ 행사는 그런 취지로 마련됐다. ‘다면기’는 프로바둑 기사 한 명과 2인 이상의 바둑 애호가들이 대국을 벌이는 것.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이하 세스넷)가 주관하고, KB국민은행·외환은행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엔 조훈현·유창혁·양재호 등 국내를 대표하는 프로기사 50명이 재능기부로 나서며, 100여명의 아마추어 바둑인들도 동참한다. 행사 참가비(1인 10만원)와 기업 후원금, 바둑기사들의 소장품 경매 수익 등은 모두 사회적기업 육성과 취약계층 지원사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지난 3일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달성자(4대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현 바둑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유창혁(48·사진) 9단을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를 물었다.

―프로바둑 기사들의 재능기부 활동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2009년 ‘세스넷’이란 곳을 알게 되면서 첫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 세 번째다. 바둑기사들은 바둑문화 보급과 사회공헌 차원에서 갖가지 봉사에 참가하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활동이고 일회성에 그쳤다. 바둑이 개인적인 경기다 보니 개인 성적이 우선시되고 단합은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 바둑은 지금 변화를 필요로 한다. 중국에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위협받으며, 1000만명에 육박했던 바둑 인구가 절반으로 줄 만큼 관심도 떨어졌다. 이 행사는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자격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기회라는 점이 특별하다.”

―행사 수익금을 사회적기업에 지원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몇 차례 기부나 자선활동을 했었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두 번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고 그들의 삶이 변할 것 같지 않았다. 사실 사회적기업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함께 행사를 진행하며 단순히 원조를 하는 조직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일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일하며 스스로 삶을 바꿀 기회를 만드는 조직이더라. 장기적으론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고 뜻에 동참하고자 했다.”

―50여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여한다. 어린 선수들도 많다. 그들에게 어떤 기회가 되길 바라나.

“사실 프로바둑 기사의 길은 외롭다. 대개 일곱 살부터 시작하는데, 온종일 바둑판 앞에만 앉아있어야 한다. 기본 소양 교육 외엔 다른 공부도, 활동도 할 여력이 없다. 바둑판 밖의 사회를 잘 모른다. 프로가 된 이후엔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팬들과 함께 세상을 돌아보는 활동을 통해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깨치고 돕는 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흔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 바둑 안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법도 있을 것 같다.

“중국에 우칭위안(吳淸源)이란 기사가 있는데, 올해 100세를 맞은 현대 바둑계의 전설로 통한다. 그분이 늘 강조하는 게 ‘바둑은 조화’라는 거다. 바둑은 너무 욕심내도 안 되고, 양보해도 안 되며, 전투적이어도, 소극적이어도 망치기 일쑤다. 고수가 될수록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둑을 중요시한다. 지금 한국 사회가 그런 것 같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들이 많다 보니 불만도 많고, 문제도 많다. 좋은 바둑도, 더 나은 미래도 조화로운 어울림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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