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재난시 민관 합동 컨트롤 타워 시급하다

세월호 민간 자원봉사 긴급 점검

“대학병원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기관들이 찾아와 상담 치료를 하려 해 걱정됐다. 도움을 주려는 마음은 알지만 이들을 섣불리 검증하거나 통제할 수 없어 오히려 혼선을 빚었다.”(H기관 사무국장)

“현장에 불필요한 물품들이 중복 지원되면서, ‘풍요 속 빈곤’ 현상이 나타났다. 민간단체들끼리 물품·자원봉사 영역을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일기도 했다.”(K기관 구호 담당자)

지난 12일 오후 2시. 전국자원봉사센터협회 교육장에 자원봉사단체 15곳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한국자원봉사포럼, 사회복지법인 원봉공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한국교회희망봉사단 등 모두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구호 및 자원봉사를 진행한 기관이다. 세월호 자원봉사 현장의 문제점을 나누던 이들은 “재난 발생 시 자원봉사계의 민관 합동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침몰 이후 진도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약 3만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 이후 진도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약 3만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수많은 이가 현장을 찾았다.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2021개 민간단체(기업 포함)와 자원봉사자 2만9923명이 다녀갔고, 안산 합동 분향소에도 봉사자 1만6943명의 발길이 이어졌다(5월 18일 기준·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개인·단체들이 과도하게 밀려오면서 자원봉사의 투입 대비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주민정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구호사업부장은 “인적 재난 발생 시 물적 지원보다는 심리·정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자원봉사 매뉴얼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면서 “결국 도울 수 있는 것이 없어 멍하니 서 있다가 답답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자원봉사자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투입됐던 한 비영리 기관 구호 담당자는 “자원봉사자들이 다른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일반 자원봉사자들의 역할 배분과 관리가 체계화됐지만, 정작 현장에 밀려드는 민간단체들을 관리·통제할 기구가 없어 난감했다”고 귀띔했다. “어떤 단체는 기업 로고가 박힌 세탁 차량을 끌고 와, 정작 기계를 돌리진 않고 홍보용으로 주차만 하더라” “단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주차장이 밥차로만 가득 차는데도, 단체별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주체가 현장에 없었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향후 이러한 문제를 피하고 좀 더 효율적인 자원봉사를 위해선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김삼렬 전국재해구호협회(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과장은 “2004년 일본 재난 현장에 가보니 자원봉사자들이 각자 침낭·음식·물품 등을 배낭에 싸와 일사불란하게 봉사하고 청소하고 이동하더라”면서 “준비된 자원봉사자들을 키워내는 사전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의 역동성을 끌어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단 의견도 많았다.

구자행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재난 시 민간 자원봉사단체들을 관리·통제하고, 국가의 중앙재해대책본부와 소통하는 민관협력 자원봉사 지휘체계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면서 “전문 자원봉사자와 일반 자원봉사자를 구분해 재난 형태에 따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조직·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희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부장은 “미국은 90년대부터 재난 시 정부와 민간 자원봉사 단체의 역할을 7가지로 나눠, 주체별로 투입 시기와 내용을 세밀하게 정했다”면서 “우리나라도 민관이 함께 모여 재난 시 자원봉사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일상적으로 연계해 연습과 훈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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