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수학여행, 꼭 필요한가요”

세월호 참사가 터진 다음 날인 17일 다음 아고라에는 ‘초중고 수학여행, 수련회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만에 2만명이 넘게 서명했습니다. 청원 제안자는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80년대처럼 경제가 어려워 가족 여행이나 캠핑 등이 드문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단체 이동으로 인한 사고 위험 노출과 행사 이후 후유증(요즘 초딩들도 수학여행 후 왕따, 폭력 등에 시달린다고 합니다)이 있는 관행적인 행사를 수십년째 없애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 주위에는 이런 관행이 참 많습니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한 NGO 사무국장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계 기업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피드백을 하지만, 국내 기업 CEO는 절대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 사회공헌 담당 임원은 협의할 일이 있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오지만, 국내 기업 임원은 바로 코앞에 사무실이 있어도 반드시 우리가 그 사무실을 찾아가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비슷합니다. 아동 학대 문제를 애초에 정부에서 주도권을 쥐고 담당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드림스타트센터’와 같이 200개가 넘는 센터를 지정하고, 담당 인력과 인프라 예산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민간단체가 아동 학대 사업을 해왔다는 이유로 정부는 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낮게 책정해왔습니다. 이번 ‘더나은미래’ 인터뷰에서 유명 석학인 기 소르망도 말하듯 이제 정부와 시장(기업)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는 갔습니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겁니다. 우리는 과연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