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아이 위해 시작한 천연제품 제작 지금은 소외 계층을 위해 만들죠

천연화장품 사회적기업 ‘티트리’ 손혜선 대표
아토피 앓은 둘째 위해 천연 화장품 만들기 시작
효과 소문나자 강의 인기 다문화 여성 등 소외계층 천연제품 강사로 양성
5년간 1000여명 거쳐가 수익금, 소외계층 돕는 데 써

정유진기자_사진_사회적기업_손혜선대표_2014

두 아이를 키우던 평범한 주부가 ‘사람’을 키우는 기업을 세웠다. 경기도형 예비사회적기업 ‘㈜티트리(TeaTree·이하 티트리)’를 이끄는 손혜선 대표 이야기다. 티트리는 탈학교 청소년, 장애아동 부모, 다문화 여성, 경력 단절 여성 등 소외 계층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5년간 100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그중 300여명이 현재 문화센터, 예술교육지원센터, 사회복지기관 등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 중이다. 티트리를 통해 ‘천연 비누·천연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을 얻고, 경력을 쌓은 덕분이다. 손 대표 역시 10년 전 문화센터 강사로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첫 강의는 ‘아토피를 이겨내는 로션 만들기’.

“작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심한 아토피를 앓았어요. 병원에서 ‘평생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국내외 전문 서적, 관련 사이트를 뒤지면서 아이에게 맞는 샴푸, 로션, 비누 등을 천연재료로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옷도 직접 면으로 제작해서 입혔죠. 4년쯤 지나자 아이가 눈에 띄게 회복됐고, 변화를 지켜본 지인들이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감잎차와 올리브 오일을 섞은 에센스, 포화죽염수(알로에+죽염+물) 등 실제로 효과가 높았던 사례들을 공유했죠.”

일주일 내내 강의를 다닐 정도로 요청이 늘자, 2005년 손 대표는 ‘티트리’란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냈다. 2009년엔 ‘천연비누&천연화장품 만들기 협회’를 개설, 교육청으로부터 민간 자격증 발급이 가능한 전문 학원 허가를 얻었다. 최소 9개월간 전문가 과정(월 150만원)을 수료한 이들에게만 강사 자격증을 발급했다. 1~2주 속성반으로 천연 비누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이 대부분이던 시절이었다.

티트리는 설립 직후부터 지금까지 소외 계층 여성 고용 비율을 평균 3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일반 강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소외 계층 교육 및 강사 양성을 위해 사용한다. 탈학교 청소년 쉼터, 요양병원, 장애인복지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로 교육을 진행하고, 전문 강사를 배출하는 것. 이렇게 양성된 강사 300여명은 티트리와 함께 또다른 소외 계층을 찾아가 교육을 진행한다. 나눔의 선순환이다.

강사 김민정(가명·23)씨는 “티트리를 통해 삶이 변화됐다”고 말했다. “학교 부적응 문제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할 때, 탈학교 청소년 쉼터에서 티트리를 만났습니다. 전문가 자격증을 따고 강사로 활동하게 됐죠. 그로부터 2년 뒤 한 고등학교로부터 ‘천연 입욕제 만들기’ 3개월 프로그램을 제안받고, 강의를 하러 갔는데 알고 보니 제 모교였던 거예요. 왕따로 떠났다가 강사로 돌아온 학교 교단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김씨는 강사비를 모아 공부를 시작했고, 검정고시 통과 직후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다.

일반 기업이던 티트리는 2012년 경기도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모습을 바꿨다. 이후 티트리는 천연재료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본격적으로 제조, 판매하고 있다. 지난여름, 롯데백화점에 들어간 ‘모스탑(허브 성분으로 만든 모기 기피제)’은 한 달 만에, 제작된 500개 전부 매진됐고, 현재 아름다운가게스토어·병원·약국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천연 소금으로 만든 목욕 입욕제 역시 소문을 타고 단체 주문하는 기업들이 많다.

2013년 티트리의 매출액은 4500만원을 넘어섰다.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소외 계층 여성 자립 지원과 필리핀 말라리아 예방 사업에 사용된다. 손 대표는 “필리핀 톤도에서 재배되는 허브 ‘시트렐라’를 공정무역 형태로 티트리가 수입하고, 이를 모기 기피제로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3년 12월, 티트리는 ‘제8회 아시아소셜벤처대회(SVCA)’에서 대상을 수상, 오는 4월 미국 버클리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다.

군포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