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미래 Talk!]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숫자보다 마음 헤아려주세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연미(가명·47)씨는 요새 걱정이 많습니다. 학교를 마친 아들 민수(가명·9)가 갈 곳을 잃었습니다. 김씨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작년까지 민수는 학교에서 ‘방과 후 돌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금년부터 돌봄 사업 대상을 ‘초등학교 1·2학년 희망 학생 모두’로 넓히면서, 3학년이 된 민수는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남편의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김씨가 일을 그만둘 형편도 안 됩니다. 급한 대로 김씨는 인근 지역아동센터를 찾았습니다. 신청 접수를 하고 나오는 길, 민수가 떼를 씁니다. “여기 있기 싫다”는 겁니다. 김씨는 “학교에서 또래끼리만 있다가 낯선 형·누나들과 있으려니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씨도 불안하긴 마찬가집니다. “7시가 넘었는데도 데리러 오지 않는 아이도 있었어요. 소외감을 느낄 텐데…. 상가 식당 위에 있는 것도, 출입구가 너무 골목이라는 것도 좀 걸리고요. 아무래도 학교가 애한텐 좋죠. 몸도, 마음도요.” 김씨의 한숨이 깊어집니다.

한숨을 들은 것일까요? 지난 4일,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서울크리에이티브랩’에서 열린 ‘부처 간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연계 사업'(이하 부처 연계 돌봄 사업) 긴급 대책회의 자리였습니다. 부처 연계 돌봄 사업은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 등 방과 후 돌봄 기관을 보유한 부처가 힘을 합쳐 ‘나 홀로 아동’이 없게 하자는 움직임입니다. 벌써 다음 달이면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지역아동센터들은 ‘뿔’이 났습니다. 교육부가 주축이 되면 자연적으로 학교 돌봄이 확대되고, 이 때문에 아이들을 내주는 지역아동센터는 아동 수로 책정되는 운영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민간에서 출발해 18년 동안 어렵사리 인프라를 쌓아올렸는데, 정책적으로는 배려받지 못한다는 소외감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학교 돌봄 교실 신규 설치를 막아야 한다” “아동 수와 상관없이 운영비를 줘야 한다” “복지부가 돌봄 서비스 연계의 핵심이 돼야 한다” 등의 논의 내용 어디에도 “민수 같은 애들이 오고 싶어 하는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자”는 얘기는 없었습니다.

지역아동센터가 왜 존재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어떻게 존재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먼저일 순 없었을까요? 이번 사업으로 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아동은 최대 24만명이지만, 전국에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아동은 100만명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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