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4일(금)

“재활용품 버리면 보상 지급… 자원순환 문화 만듭니다”

[인터뷰]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폐기물을 분리배출 할 때 기분이 어떠세요? 재활용에 기여한다는 기쁨보단 무거운 마음이 더 들죠. 이처럼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지우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직접 실천하면서 보람을 느끼려면 납득 가능한 수준의 보상을 줘야 합니다.”

폐자원 재활용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의 배태관(38) 대표는 ‘보상’ 이야기부터 꺼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난 그는 “적절한 보상은 행동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문화로 이어진다”라며 “자원순환 문화도 소비자에게 보상을 통해 정착시킬 수 있다”고 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AIoT 기술이 탑재된 다회용컵 수거기기를 소개하고 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AIoT 기술이 탑재된 다회용컵 수거기기를 소개하고 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오이스터에이블은 2019년 일회용컵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한 환경 스타트업이다. 창업 4년차인 올해 기준으로 ‘오늘의 분리수거’ ‘랄라루프’ ‘HERO8’ 등 3개의 솔루션을 통해 자원순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재활용 분리배출함에 재활용품을 넣으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결합한 AIoT(사물지능융합기술, 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가 인식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부산 등 12개 시·도에 500대가 설치·운영 중이며 애플리케이션 누적 가입자는 8만명에 이른다. 다회용컵 반납기 ‘랄라루프’에도 AIoT가 적용됐다. ‘HERO8’은 분리배출 인증플랫폼이다.

“폐자원 빅데이터, 돈이 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폐자원 활용 스타트업이 많아졌습니다.

“폐기물 시장이 그만큼 큽니다. 대부분의 업체가 폐자원 수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오이스터에이블은 폐자원 데이터에 집중해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환경보호에 힘쓴 소비자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죠.”

-데이터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인가요?

“폐자원 업체들은 재활용품 거래대금으로 보상을 지급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보상이라기보다 거래대금을 나누는 거죠. 거래대금의 경우 500㎖ 페트병 하나에 5원, 200㎖ 우유팩은 개당 2.5원 정도로 무척 낮게 책정돼 있어요. 그래서 폐자원을 수집할 때 기록되는 데이터를 수익화하고, 이를 보상액으로 지급하고 있어요.”

-폐자원 데이터라는 게 뭔가요?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폐기물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을 파악해 마케팅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죠. 공공영역에서는 환경 정책 수립에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정부도 기업도 필요한 데이터인데, 왜 지금까지 없었던 거죠?

“정확히 말하면 ‘쓸만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인데요. 현재 폐자원 데이터는 지역 단위가 크고, 조사 주기도 매우 깁니다. 회수 업체가 여러 지역을 한 번에 맡다 보니 마을처럼 작은 단위의 정보는 알 수가 없어요. 집계 데이터를 수기로 입력하고 있어 수치에 오차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서 폐기물 총조사를 하고 있지만 5년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지죠.”

-‘쓸만한 데이터’란 어떤 건가요?

“마을 수준으로 잘게 쪼개진 폐기물 수집 데이터를 말합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요. 기업의 입장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폐자원이 많이 발생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면,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oT를 적용한 분리배출함이 이러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어요.”

-수익은 안정적으로 발생하나요?

“올해 창업 4년차인데, 쉽지 않은 시기는 맞아요. 데스밸리에 걸쳐있는 스타트업 입장으로서 이걸 어떻게 잘 버티고 성장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전체 시장은 어렵지만, 기후위기와 관련된 녹색투자나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점이에요. 기후위기와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는 폐자원 수집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그는 "폐자원 빅데이터로 기업은 마케팅 전력 수립에 도움되고, 공공은 폐기물 정책에 활용하고, 소비자는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는 폐자원 수집 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그는 “폐자원 빅데이터로 기업은 마케팅 전력 수립에 도움되고, 공공은 폐기물 정책에 활용하고, 소비자는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일회용컵 넘어 다회용기도 수거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프로젝트도 따로 진행하고 있죠?

“처음 스타벅스코리아 측에서 오이스터에이블 수거기기를 활용해 다회용컵 사용 문화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연락 왔어요. ‘에코제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매장에 수거기기를 보급하고 데이터 관리 역할을 맡았죠.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SKT도 참여해 플라스틱 선별기능을 갖춘 AI기술을 지원했습니다. 덕분에 민관연합체인 ‘해빗에코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에 합류하게 됐죠. 현재 58개 기관이 연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요?

“제주 전 지역 스타벅스 매장에 일회용컵을 없앴습니다. 모두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어요. 가장 우려됐던 회수율도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 중구 지역으로 확대해 시범운영 중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작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도시재생 연계 리빙랩’에 선정돼 다회용기 수거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어요. 올해 10월 중으로 서울 신촌 등 대학가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존 다회용기 수거 사업은 문 앞에 두고 수거하는 방식인데, 인건비가 늘면 지속하기 어려운 방식이에요. 그래서 편의점 업체와 협력해 다회용기 수거 기기를 다회용기를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배태관 대표는 “많은 사람의 참여로 일상의 모든 일회용 제품들이 사라지는 지구를 꿈꾼다”고 말했다. “저희가 지구를 지킨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진 않아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그 가치관을 공유해야 비로소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폐자원 순환 과정에 참여해 성취감을 느끼고, 소비자의 자발적인 환경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지구 영웅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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