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희망 허브] 음원·지식·창업에도 키워드는 이제 ‘공유’

[2014 공유경제 트렌드] – 저작권의 개방
음원사이트 ‘원트리즈뮤직’… 소상공 매장 배경 음악으로 허가받은 100만여곡 제공
– 공공데이터 담은 앱 출시
가까운 병원 찾는 ‘메디라떼’… 대기오염 정보 제공 ‘하이닥’
– 지식·데이터 공유 확대
국회도서관, 자발적 저작물… 무료 이용하는 사이트 제작
부산선 교재값 부담 덜어주려 전자 공유교과서 만들기도

왼쪽 사진 메디라떼의 공동대표 이희용(위)· 황진욱(아래)씨. 오른쪽 사진 원트리즈뮤직의 공동대표 노종찬(왼쪽)·도희성(오른쪽)씨.
왼쪽 사진 메디라떼의 공동대표 이희용(위)· 황진욱(아래)씨. 오른쪽 사진 원트리즈뮤직의 공동대표 노종찬(왼쪽)·도희성(오른쪽)씨.

‘인터넷으로 음악을 합법적으로 공유할 순 없을까.’

유럽 최대 음악공유 웹사이트인 ‘자멘도(www.jamendo.com)’를 창업한 실뱅 짐머(Sylvain Zimmer)는 이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자멘도에 등록된 60만곡의 음악은 누구나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 저작권자인 아티스트가 자신의 곡에 ‘저작물 사전 이용 허락 표시'(Creative Commons License·이하 CCL)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실뱅 짐머는 “음악을 자유롭게 공유하면 홍보 효과가 높아져 콘서트도 더 잘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중음악에 속하지 않은 인디밴드들이 먼저 자신의 곡을 내놨다. 이용자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했지만, 기업이나 단체로부터는 이용료를 받으면서 자멘도는 사업영역을 넓혔다. 수익은 저작자인 아티스트·음반기획사와 절반씩 나눈다. 지난 10년간 자멘도 이용자는 무려 20억명이나 됐다.

한국판 자멘도는 밴드 출신의 한 공대남학생으로부터 시작됐다. 2010년 도희성(28)씨는 당시 인천지방법원 윤종수 부장판사의 특강에서 자멘도 사례를 접한 후, CCL 음원을 활용해 매장 배경음악으로 판매하는 ‘원트리즈뮤직’을 창업했다. 자영업자들이 매장 배경음악을 위해 값비싼 사용료까지 내야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서다. 원트리즈뮤직은 자멘도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CCL 음원을 수집했고, 현재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만 100만여곡이다. 기업은 저작권료가 있는 음반의 절반 가격에서부터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매장 음악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는 커피빈, 롯데호텔, 이디야커피 등 60여곳. 지난 연말 현대백화점이 스트리밍(실시간 음원 재생) 서비스에 대해 2억3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이후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늘고 있다고 한다. 100평 미만의 소호매장은 월 1만원으로 1주일에 100~150곡을 사용할 수 있다. 도씨는 “연 매출 4800만원 이상인 소규모 매장의 경우에도 배경 음악을 틀 때, 공연비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면서 “작은 매장에서도 합법적으로 음악을 사용할 수 있고, 주류 대중음악에 끼지 못하는 인디밴드 음악가들에겐 홍보 창구를 확대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유DNA, 2014년 新 비즈니스 핵심으로 들어온다

‘공유’ 키워드를 활용한 창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안전행정부는 공간·기상정보 등 국민 수요가 많은 공공정보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12개 법령의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작년 말까지 정부가 개방한 공공데이터는 5700종으로 6개월 전보다 2.2배 증가한 수치. 올해는 공공데이터의 공유·개방이 강화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방한 5만8000개의 병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인 ‘메디라떼’가 대표적인 사례다. 환자들은 메디라떼에서 병원을 찾으면, 각 병원의 할인정보(치과치료·성형 등 비급여 항목)를 얻을 수 있다. 이 앱을 만든 벤처기업 ‘에이디벤처스’는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200여곳 병원의 마케팅을 돕고 비용을 받는 시스템이다. 2012년 10월 창업한 신생벤처의 지난해 매출은 12억원. 이희용(33) 공동대표는 “일반 시민들은 지역의 의료기관 정보를 지도로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어 편하고, 병원은 모바일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덜었다”면서 “정부(기관)에서 시민에게 공유한 공공데이터가 비즈니스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의료전문 포털 하이닥(www.hidoc.co.kr)은 기상청의 생활기상정보, 국립환경공단의 대기오염정보를 활용해 미세 먼지 지수, 감기 지수 등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했다. 당시 중국발 초미세 먼지가 국민들의 생활에 커다란 위해요소로 등장하면서 앱은 한 달 동안 1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웹페이지뷰가 3배(2만6000건에서 7만5000건으로)가량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식·데이터 공유하고, 무료 공유교과서 만들어… 정보 접근권 확대된다

올해부터 국회도서관은 ‘지식공유’에 한발 더 앞장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국회도서관은 씽크카페,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시민,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이하 CCK) 등 5개 비영리단체와 지식공유 상호협약을 맺고 ‘데이터신탁운동(가칭)’을 펼치고 있다. 이는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만들어 낸 저작물을 국회도서관이 위임받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으로, 지식정보 격차 해소가 목적이다. 국회도서관엔 약 1억5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학술자료 원문데이터가 구축돼 있지만, 저작권을 국회도서관에 위임한 30% 정도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한 구조다. 국회도서관 전자정보개발관 이충주 행정사무관은 “1차적으로 협약을 맺은 비영리단체들의 자료를 공유하고, 올 상반기까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위탁한 저작물을 올릴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충청남도와 ‘지식정보의 공유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자체 협력기관으로는 처음이다. 이제 충남도민들은 국회전자도서관의 자료를 도청과 공공기관은 물론 읍·면·동사무소, 민원실 등의 일부 컴퓨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공유교과서’ 바람이 불고 있다.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빅북운동본부, www. bigbook.or.kr)’는 오는 28일까지 원론 수준의 대학 교과서를 만들 교수 10명을 공개모집 중이다. 빅북운동은 교수가 저작권료를 기부하고, 학생들과 함께 ‘공짜’ 전자교과서(이하 빅북)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빅북운동본부 대표인 조영복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교재 값 부담을 덜어주고, 나아가 전자교과서를 일반에도 확대하면 누구나 전문지식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면서 “쌍방향 교과서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이론들을 반영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힘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자신의 저서 ‘경영학원론’을 빅북1호로 시범 제작해 강의에 사용했다. SK 등 대기업과 독지가들은 빅북 제작에 필요한 1억원을 기부했고, 한국언론재단은 빅북 제작에 참여하는 교수들에게 전국 주요 신문사 기사를 저작권 없이 제공하기로 했다. 최용석 부산대 자연대 학장의 ‘통계학개론’, 김명수 부경대 간호학과 교수의 ‘간호학개론’ 등 5권이 빅북으로 제작 중이다. 빅북운동본부는 상반기까지 10권의 빅북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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