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재능기부 성공하려면… ‘파트너’와 꾸준히 소통하라

비영리단체 3곳의 조언
실력 뛰어난 전문가도 비영리단체 이해 있어야
홍보대사도 재능기부자 활용 담당자 두고 기부자 모집해

“실력,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재능기부자와 비영리단체 사이의 ‘궁합’이다.”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B국제구호단체 담당자는 “한 청년이 몇십 장짜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언제든 활용해달라’며 연락이 왔는데 어떤 일이 맞을지 감이 전혀 안 오더라”면서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 일이라 고민을 하다 결국 연락을 못 했다”고 말했다.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라도 ‘공급자 중심’의 재능기부는 부담스럽기 매한가지다. A사회복지법인 실무자는 “아티스트들에게 완성된 작품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을 때, 종종 ‘시안 수정이 어렵다’는 피드백을 듣곤 한다”면서 “재능기부자들도 해당 단체의 성격, 사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플랜코리아의 사진전문 재능기부자가 해외 사업장에서 찍은 사진 /플랜코리아 제공
플랜코리아의 사진전문 재능기부자가 해외 사업장에서 찍은 사진 /플랜코리아 제공

재능기부자도 만족하고 비영리단체도 반기는 재능기부의 핵심은 ‘유연한 소통’이다. 이를 위해 월드비전은 지난 2009년부터 홍보팀 내에 재능기부자를 전담으로 관리하는 직원을 뒀다. 현재 월드비전의 재능기부자들은 30여명. 담당자는 분기에 한번 이상은 꼭 연락을 한다. 김수희 월드비전 홍보팀 과장은 “재능기부자들을 이해관계자가 아닌 ‘파트너’로 생각했다”면서 “단체가 원할 때만 재능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플랜코리아는 홍보대사의 재능기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중만 사진작가는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행사에서 1시간가량 사진강의를 진행한 후 30여명의 참가자와 함께 출사에 나섰다. 김중만 사진작가는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피드백을 주며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그만큼 참가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더불어 플랜코리아 사업 홍보에도 도움이 됐다. 김혜현 플랜코리아 대외협력팀 대리는 “홍보대사들은 단체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디어까지 기획할 여유는 없다”면서 “스포츠선수에겐 스포츠활동, 사진작가에게는 사진강의 등 개별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제안할 때, 좋은 결실을 본다”고 했다.

해비타트의 어린이 나눔교육 캐릭터‘키즈빌더’도 재능기부자 5인의 작품이다. /해비타트 제공
해비타트의 어린이 나눔교육 캐릭터‘키즈빌더’도 재능기부자 5인의 작품이다. /해비타트 제공

성공적인 재능기부를 위한 단체별 다양한 전략도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재능기부요청은 지인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해비타트는 지난해 말부터 이례적으로 재능기부자를 ‘공개모집’ 중이다. 양유진 해비타트 홍보팀 대리는 “충남 아산에 있는 해비타트 기념관을 리뉴얼할 전시·기획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7명의 재능기부자가 연락해왔다”면서 “첫 시도지만 많은 사람이 재능기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편, 비영리단체가 피하는 재능기부자 유형으로는 ‘개인 스케줄 때문에 마감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 ‘창작물에 대한 지나친 고집이 있는 사람’ ‘본인의 재능기부 활동에 대해 과도한 홍보를 요구하는 사람’ 등이 꼽혔다.

김경하 기자

주선영 기자

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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