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안심하고 보내는 어린이집… 비결은 낮은 문턱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국공립 어린이집 지원 사업

개원하면서 모든 시설 개방
학부모가 직접 책 읽어주고
가족 행사·아빠캠프 개최

아이들은 정서 안정되고
부모는 참관해 신뢰감 쌓아

미상_사진_사회공헌_모형집_2013

“신데렐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책을 덮는 정세민(33)씨. 하지만 ‘산새소리반’에 둘러앉은 아이 12명의 시선은 여전히 정씨에게 꽂혀있다. “신데렐라 재밌었어요?”라는 물음에 아이들은 조그만 입을 큼지막하게 벌리며 “네~”라고 외친다. 옆 교실 ‘예쁜꽃잎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학부모 임여진(34)씨는 다람쥐·기린·하마 등의 성대모사를 서슴지 않으며 분위기를 돋운다. ‘친구 엄마’의 구연동화 솜씨에 아이들은 넋을 잃는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오산 세교지구에 있는 ‘오산생명숲어린이집’에선 학부모들의 ‘책품앗이’가 한창이었다. 책품앗이는 부모가 자녀가 있는 반에 직접 들어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다. 송정 오산생명숲어린이집 원장은 “책품앗이는 한 달에 20명 이상의 학부모가 참여할 정도로 잘 정착됐다”고 말했다.

올해 3월 1일 건립한 오산생명숲어린이집. 연면적 1099㎡(332평)에 지상 2층 규모로, 총 24명(원장 포함)의 교직원이 158명의 아동을 돌본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건립 후 위탁 운영까지 맡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어떻게 하면 안전한 어린이집을 만들고,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시작한 것이 ‘위드맘(With Mom)’ 캠페인이다. 어린이집의 문턱을 낮추고, 부모를 어린이집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게 캠페인의 골자다. 임대아파트 단지인 지역 특성상 맞벌이 부부가 많기 때문에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모와의 소통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국내의 맞벌이 가정은 약 510만 가구인데, 이 가정에 속한 영·유아 2명 중 1명은 조부모가 돌본다.(통계청, 2012) 전체 가구로 보면 약 28%에 해당하는 수치다. 엄정애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 교육은 인지, 정서, 언어, 사회성, 신체 등에 골고루 적용돼야 하는데 그중 정서적인 부분이 기초가 된다”며 “부모와 아이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애착을 키워나가야 정서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식참관’ 활동을 마친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급식참관’ 활동을 마친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오산생명숲어린이집은 개원을 기점으로 원내 모든 시설을 상시 개방했다. 또한 부모가 신청하면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한 ‘책품앗이’ ‘급식 참관’ ‘교통안전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모들을 적극 끌어들였다. 한 달에 한 번씩 가족 주말행사를 열고, 연 2회 ‘아빠캠프’도 운영한다. 정세민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니다 이곳으로 옮겼는데, 아이가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되고 더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양육자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이가 감정 표현과 행동에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고, 예의 바르고, 감정 조절도 잘하는 사교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부모들의 잦은 출입은 자연스레 어린이집과 부모 간의 신뢰를 두텁게 했다. 임여진씨는 “어린이집 상시 오픈, 급식 참관 등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건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 같다”며 “아이를 맡겨도 불안함이 없고, 항상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동한 오산시청 보육계장은 “오산시 국공립어린이집 28개의 평균 경쟁률이 4.3대1 정도 되는데, 오산생명숲어린이집은 10대1에 이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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