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희망 허브] 불면증에 틱 증상까지 보이던 아이… 예술치료 통해 원인 알아내요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난 못해” 말만 되풀이하던 만성 무력감에 빠진 여고생… 엄마의 지나친 통제 때문
부모에게 ‘칭찬하라’ 처방
아이의 정서·심리 장애, 대부분 부모와 관련 깊어
센터에서 상담치료와 함께 양육 매뉴얼까지 제시
부모가 함께해야 치유 빨라

굿네이버스 서울 성동지부에서 진행하는 음악치료의 한 장면.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서울 성동지부에서 진행하는 음악치료의 한 장면. /굿네이버스 제공

매일 밤, 유민석(가명·7)군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심하게 불안해했다. 엄마가 유군을 재운 후, 장사를 하러 나가면 다시 잠에서 깨곤 했다. 밤새도록 몇 번씩 전화를 하기 일쑤였다. 잠을 못 자니, 학교 적응도 어려웠다. 낮에는 멍한 상태로 주의집중을 할 수 없었다. 2년 전부터는 ‘틱 증상(눈을 깜빡거리거나 어깨나 목을 움직이고, 코를 들이마시는 행동)’도 시작됐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특이한 증세를 보이는 유군을 놀리기만 했다. “아들이 너무 산만하고 아직도 아기같이 계속 엄마를 찾아요.” 지난 5월, 그녀는 이런 고민을 안고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동작지부를 찾았다. 좋은마음센터는 정서·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가정에 전문적인 심리치료 및 프로그램,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유군이 가장 먼저 흥미를 느낀 놀이는 ‘인형놀이’였다. 서유진 놀이치료사(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동작지부)는 첫 만남에 민석군의 수면 장애를 확인했다. “그네를 타야 해서 못 잔다” “휴대폰 게임하느라 잠을 잘 수 없다” 등 수면에 어려움을 느끼는 본인의 상태를 인형에다 표현하기 시작한 것. 4번의 놀이치료가 끝난 후, 유군의 관심은 아톰이 그려진 오뚝이 샌드백으로 옮겨졌다. 샌드백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기도 하고, 주먹으로 흠씬 패기도 했다. 서유진 치료사는 “친구들의 놀림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아이였기에 분노·공격성을 표현하는 것은 긍정적인 징후”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4번의 놀이가 끝나자, 새로운 놀잇감을 찾았다. 블록쌓기, 가게·경찰놀이 등 치료사와 함께 하는 놀이를 선택했다. 이는 “사회적인 역할을 경험하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 지금은 질서와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보드놀이’에 빠져 있다. 유군은 이제 밤마다 겪던 수면장애도, 고개를 까닥거리던 틱 증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유군처럼 치료 6개월차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는 아이는 사실 극소수다. 서유진 치료사는 “민석군의 어머님은 아이의 수면장애를 고치기 위해 일을 잠시 내려놓고 밤에 함께 있어주는 등 치료사가 요구하는 양육 매뉴얼을 적극적으로 따른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미상_그래픽_아동_좋은마음센터연락처_2013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의 특징은 아동의 심리·정서 문제해결에 부모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약 1시간의 기본 치료 시간에 10분간의 부모 상담시간이 포함된다. 김미연(가명·18)양의 어머니 B씨는 만성화된 딸의 무력감이 걱정돼 올해 초,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성동지부를 찾았다. “전 못해요” “못하겠어요”란 말만 되풀이하던 김양이 ‘음악치료’ 3회차부터는 “괜찮네요”라는 말을 시작했다. 송영숙 음악치료사(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성동지부)는 “어릴 때부터 미연이는 엄마로부터 칭찬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하지 말라’는 통제의 말만 듣고 자랐다”면서 “엄마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사소한 것에도 칭찬을 해주라’는 등 구체적인 숙제를 내주고 있다”고 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1년 2개월가량 ‘놀이치료’를 받고 있는 하민(가명·6)군의 엄마 지미숙(가명·38)씨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궁금할 때마다 이것저것 상담한 내용이 쌓이면서 양육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문상록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성동지부장은 “치료사와 전문사회복지사, 가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소통할 때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부모교육을 강조했다.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및 학교와 협력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은희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대전서부 지부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왕따를 당해 자살시도까지 한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극성스러운 엄마와 갈등관계가 심각해 치료과정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면서 “인근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멘토로 연결해 학습도 돕고, 또 다른 정서적인 지원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좋은마음센터 성동지부에서는 올 9월부터 ‘대학생 이동멘토’를 선발해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오가는 길을 책임지도록 했다. 조슬기(21·서울신대 사회복지학과 3년)씨는 “맞벌이로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부모님들을 대신해 이동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의 언니이자 누나가 되는 역할”이라고 했다. 문상록 성동지부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의 마음이 온전히 아물고 사회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에 있는 기관, 복지관, 학교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하 기자

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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