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대회 있으면 코치님, 없으면 기사님?

열악한 장애인 스포츠 지도자 처우
대회 개최 시에만 차출되는 형태 평소 식당·택시기사로 생계 유지
상시 전임지도자制 만들었지만 일부 종목에 몰려 불균형 초래할듯

'투잡'을 강요당하는 것이 국내 장애인 체육 지도자들의 현실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투잡’을 강요당하는 것이 국내 장애인 체육 지도자들의 현실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대회가 없는 시기에는 주로 장사나 식당을 하는 분들이 많다. 택시기사를 하는 분들도 있다.”

정진성 서울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는 장애인 스포츠 지도자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인은 지도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있었다. 정진성 전무이사는 “대회 기간에만 단기적으로 선임돼 급여를 받기 때문에 업무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운신의 폭도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김진성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 사무국장은 “일반 스포츠는 초·중·고의 학생 체육으로부터 올라오기 때문에 학교체육, 입시체육, 생활체육, 실업팀, 프로팀 등의 다양한 직업 범주가 있다”며 “하지만 살아가다가 장애를 얻은 순간부터 배우게 되는 장애인 스포츠는 학원 체육의 개념이 없고, 실업팀도 거의 없기 때문에 지도자들의 직업 환경이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지도자들의 지도 기술 개발이나 선수들의 역량 강화, 신인 선수 발굴은 뒷전으로 밀린다. 이는 국내 장애인 스포츠의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유지곤 스포츠토토 휠체어테니스 실업팀 감독은 “휠체어를 타는 종목의 경우에는, 휠체어 타는 습관을 제대로 익히는 것부터 매우 중요한 훈련이기 때문에 장애인 스포츠에 정통한 전문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 그런 부분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훈련과 신인 발굴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국내 장애인 스포츠 분야의 한 관계자는 “지도자 육성과 배치를 위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예산은 주로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 생활체육 쪽으로 우선적으로 할애된다”고 했다. 국내 전일제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수는 총 230명으로, 이는 2008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올해 초 동계 3종목, 하계 7종목 등 총 10종목을 올림픽 핵심 전략 종목으로 선정하고 이 종목들에 ‘전임지도자’를 선발했다. 대회 합숙이 없을 때도 안정적으로 급여를 제공해, 평시 선수들의 수급과 관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박노석 대한장애인체육회 시각장애인유도 종목 전임지도자는 “2012 런던패럴림픽에서 시각장애인 유도 종목의 최강근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이 종목 선수 육성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계기로 이번에 전임지도자가 배치됐다”며 “덕분에 안정된 지원을 받으며, 전국의 유망 선수들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종목 간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스포츠 분야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유망한 장애인 스포츠 꿈나무들이 메달 가능 종목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그런 종목들을 전략 종목으로 지정해 전임지도자까지 배치하는 것은 비인기 종목을 더욱 힘들게 하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사무국장은 “현재 30개에 불과한 실업팀을 늘리고, 시행 초기 단계인 ‘전임지도자제’를 각 시·도 단위의 장애인체육회로 확산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