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상처는 날리고 행복은 높이고

장애인 스포츠 왜 필요한가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집 안에 틀어박혀 무기력한 삶을 살았겠죠.”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선수인 여정혜(38)씨는 35세 때 음주 뺑소니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장애인의 삶에 적응하지 못해 2년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여씨는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도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생활체육을 거쳐 국가대표의 자리까지 올랐다. 여씨는 “운동을 통해 나만의 성취감과 만족감이 생기자, 장애를 이겨낼 힘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의 등록 장애인 수는 251만명에 이른다(2012년 말 기준). 이 중 선천적 장애인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이상은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이른바 ‘중도장애인’이다. 장상만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부장은 “중도장애를 겪은 경우, 선천적인 장애인보다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 시도를 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사회에 복귀하거나 참여하는 비율도 떨어진다. 어유경 대한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국제위원은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사회에 시선을 지나치게 겁내는 경향이 있어 점점 폐쇄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체육 활동이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조언한다. 나영일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소장팀에서 609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체육 활동에 따른 심리적 효과를 조사한 결과, 정기적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했던 329명의 장애인이 그렇지 않은 장애인보다 ‘자아 존중감’, ‘자기 효능감’, ‘생활 만족도’, ‘삶의 질’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심리적 점수를 나타냈다(2008년).

이종만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보도담당관은 “외부에서 장애인 스포츠를 안쓰럽게 보는 것에 비해, 선수들 자체는 굉장히 당당하고 자부심도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율은 저조하다. 지난해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비율은 10.6%로, 일반인 생활체육 참여율(35%)에 크게 밑돌고 있다. 장상만 부장은 “장애인을 체육 활동으로 끌어들여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 절감과 사회통합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향후 5년 이내에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비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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