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트라우마 겪는 소방관 4년 새 1.8배 증가… 올해만 12명 극단적 선택

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소방공무원은 지난해 기준 717명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소방관은 68명에 이른다.

26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PTSD로 진료를 받은 소방공무원 수가 지난 2016년 401명에서 2020년 717명으로 약 79% 늘었다. 정신 질환명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 보건일반상담을 받은 소방공무원은 2016년 54명에서 2017년 136명으로 2배 급증한 이후 매년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지역별 진료 인원은 경기지역이 가장 많았다. 우울증 환자는 2016년 67명에서 2020년 127명으로 증가했고, PTSD 환자는 같은 기간 11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 이은주 의원실은 경기도가 전체 시도 가운데 119구조·구급활동, 119생활안전활동이 가장 많고, 화재 발생 건수도 타 시도에 비해 많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3만8659건의 화재 중 23%가 경기도에서 일어났다. 119구조활동(19만8885건)과 구급활동(63만6133건), 119생활안전활동(9만6122건)과 관련해서도 경기지역 소방본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출동했다.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총 68명이다. 올해만 9개월 만에 12명이 세상을 등졌다. 소방청이 추정한 자살 원인은 신변비관, 가정불화, 직무스트레스, 우울증, 채무, PTSD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신변비관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원인 미상도 19명에 달했다.

문제는 정신건강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은주 의원은 “충격적인 현장 노출 등 각종 유해인지에 노출되는 소방공무원들은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노출되기 쉽지만 ‘정신력이 약하다’는 식의 낙인효과로 인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다”며 “소방청도 소방공무원들이 두려움 없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방청은 소방공무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진료비 지원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외부 상담사를 확대하고 내부에서도 상담사를 육성하는 등 고품질 상담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예산도 점차 확대할 것”이라라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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