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영어 잘해야 글로벌 시민? 다른 사람에 대한 共感이 먼저”

국제교육 전문가 페르난도 라이머스 교수
하버드 학생들, 초등학교서 자신의 문화적 배경 설명해 아이들에게 공감 이끌어 내
내 아들도 그 프로그램 듣고 케냐 아이들에게 관심 가져
지식이나 언어적 기술보다 언론·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타인에 대한 이해 넓혀야

“영어 잘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 아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얼굴색이나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가 얼마나 같은지, 서로의 삶이 얼마나 얽혀 있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죠.”

국제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페르난도 라이머스(Fernando Reimers·사진) 교수의 말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하버드대학 국제교육 정책 프로그램 원장이자 포드재단(Ford Foundation) 국제교육 전문가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시민교육 전문가회의(GCE)’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페르난도 교수를 만났다. 이번 ‘글로벌 시민교육 전문가회의’는 유네스코(UNESCO)본부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외교부와 교육부의 주최하에 글로벌 시민교육 분야 국내외 전문가 및 유네스코 관계자 60여명이 참여한 회의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주선영 기자
주선영 기자

―한국에서는 ‘글로벌 교육’이라고 하면 반기문 UN 사무총장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가치를 가르치는 게 ‘글로벌 시민교육’인가.

“하버드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약 200곳의 지역 공립초등학교에 가서 자신들의 문화나 사회적 배경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3년쯤 케냐에서 온 레쿠톤(Lekuton)이라는 학생도 2주 동안 세 번에 걸쳐, 마사이족인 자신이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을 전했다. 그 공립학교는 우연히 당시 여덟 살이었던 내 큰아들 토머스가 다니고 있었다. 이후 아들과 박물관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최첨단 신기술이었던 GPS 설비가 전시됐다. GPS에 대해 설명해줬을 때, 토머스가 했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 기술을 이용해서 케냐의 가축들을 돌볼 수 있으면 레쿠톤의 다른 친구들도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케냐 마사이족 친구들이 학교를 못 다니는 게 안타깝다’고 하더라. 짧은 시간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케냐 아이들을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기며, 문제 해결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역시 일종의 ‘글로벌 시민교육’이다. 피부색이나 성별, 종교나 국적을 떠나 모두가 ‘지구 사회의 일원’이라는 유대감을 갖고 행동하는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시민교육’에 관한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9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교육의 양적 확대’가 국제사회의 중요 과제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교육을 전혀 받을 수 없던 이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새천년개발계획(MDGs· 2000년 유엔에서 결의된 의제로, 2015년까지 빈곤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전 세계적인 약속)이 종료되는 2015년 이후에는, ‘교육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통신·교통 기술의 발달로 세계화가 심화되고 사람들의 물리적 이동이 늘어난 데 따라, 인종·문화·성별 등의 차이로 인한 갈등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민교육’을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국 터프츠(Tufts)대학에서는 아프리카의 한 대학과 협약을 맺고 같은 학기 동안 똑같은 강의계획안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기 중간 정해진 날짜에 두 학교 학생들이 화상으로 토론을 나눈다. 한 문제를 두고 어떻게 시각이나 환경이 다른지, 또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민교육’의 정해진 방법론은 없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른 문화·인종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지식이나 언어적 기술은 이후에도 쌓을 수 있다. 책이나 언론, 영상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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