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희망 허브] “나 자신을 소중히 하고 가족의 마음을 돌보래요”

해병대 캠프 국토 순례단 극기 훈련··· 군대식 캠프 대신
공동체 배려·창의성 향상 힐링 캠프가 뜬다
올레 아트스쿨
청각장애 형제자매 있는 정상 청력 아동 대상으로 연극·무용·미술 가르쳐
올레 숲 캠프
14가족 54명 참가해 마임 공연·만들기 수업 등 특성 맞춘 문화·예술 교육
시간여행자 하계 캠프
사진을 매개로 하는 역사·사회문화 교육 내성적 학생도 마음 열어
두드림 U+ 요술통장
LG유플러스 임직원이 장애가족 청소년 멘토로 1:1 매칭해 목돈 마련 도와

“우리 애가 정말 좋아해요. 언니한테도 관대해졌어요. 예전에는 언니하고 다툴 때마다 화를 냈는데, ‘언니, 방학한 기념으로 봐줄게’ 하면서 농담도 하더라고요.”

수진(가명·10)양의 어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수진양의 언니(13)는 청각장애·지적장애를 지녔다. 지난 6월부터 수진양은 ‘올레 아트스쿨’에 다닌다. KT가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예술가 단체 ‘프로젝트연’과 함께 청각장애 형제자매가 있는 건청(정상 청력) 아동 12명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연극·무용·미술 등 통합예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KT CSV단 이정우 팀장은 “장애 형제자매가 있는 아동들은 가정 내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2003년부터 ‘소리찾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청각장애 아동의 인공 와우 수술 등 치료를 지원했는데 사업 10주년을 맞이해 청각장애 가족의 정서적 지원까지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①②지난 1일부터 2박 3일간 강원도 횡성군 숲체원에서 KT 올레 숲 캠프가 열렸다. /KT 제공
①②지난 1일부터 2박 3일간 강원도 횡성군 숲체원에서 KT 올레 숲 캠프가 열렸다. /KT 제공

지난 1일,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숲체원’에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4가족(총 54명)이 특별한 캠프에 참여했다. 2박 3일간 열린 ‘올레 숲 캠프’다. 캠프는 건청 형제자매의 통합 연극, 엄마·아빠의 마임 공연, 청각장애 아동의 만들기 수업 등 참가자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 민경씨는 “단 몇 시간이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면서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가족의 마음’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대식 캠프 지고, 힐링 캠프가 뜬다

해병대 캠프, 국토 순례단 캠프 등 군대식 극기 훈련 캠프 대신, 힐링과 돌봄을 메시지로 하는 캠프가 뜨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캠프는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 경쟁과 ‘스펙’의 하나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캠프 관련 사건 사고가 줄을 잇자 기업과 NGO들은 청소년들에게 ‘너 자신은 그대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로,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캠프를 잇따라 열고 있다.

“하얀 탈과 고무 찰흙을 드릴게요. 고무 찰흙을 가지고 여러분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나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탈에 표현해주세요.” 극단 민들레의 유은미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이 찰흙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10분쯤 지나자 검은 쌍꺼풀을 붙인 탈, 하얀 매부리코가 달린 탈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쥐처럼 날쌔 보이고 싶어서 만들어봤어요.” 빨강·노랑 등 알록달록한 색의 미니마우스를 닮은 탈을 보며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졌다. “저는 쌍꺼풀이 없어서 하회탈의 쌍꺼풀을 강조해봤어요.” 다양한 스토리의 탈 제작기가 쏟아졌다.

두산 시간여행자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탈을 활용해 연극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 시간여행자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탈을 활용해 연극놀이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 제공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두산의 청소년 정서 지원 사회공헌 프로그램 ‘시간여행자’의 하계 캠프가 열렸다. 캠프의 주제는 탐험(探險)으로, 극단 민들레와 함께하는 연극 놀이, 기사 작성법(NIE) 특강, 전통놀이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나영 ㈜두산 관리본부 과장은 “시간여행자는 저소득, 한 부모 가정, 학교 부적응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사진을 매개로 한 역사와 사회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번 캠프는 청소년들이 문화 체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17일, 학생들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과 임진각을 방문했다. 특히 오후에는 시간여행자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업실을 탐방했다. 시간여행자의 사진 강사 유순정(25·상명대학교 사진학과)씨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던 친구가 스킨십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내성적이었던 학생들이 캠프에서 마음을 여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 멘토와 함께하는 캠프

“저희는 같이 양초 만들러 갈 거예요.”

지난 8일, 경기도 화성 한울유스센터에서 만난 김예슬(가명·16)양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뇌병변 장애를 지닌 김양을 유독 살갑게 챙기는 이는 LG유플러스 전화솔루션 사업팀 이은주 과장. 이들은 2010년부터 ‘두드림 U+ 요술통장’을 통해 멘토-멘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드림 U+ 요술통장’은 LG유플러스가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두드림펀드와 함께 4년째 진행해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장애 가족 청소년이 한 달에 2만원을 저금하면, 임직원이 2만원을 더하고, LG유플러스가 6만원을 매칭해 총 10만원을 저금하는 것이다. 5년을 납입하면 이자를 제외하고 600만원이라는 목돈이 마련된다. 예슬양은 “이모 같은 멘토”라며 은주씨를 소개했다. 지난 5월 말에도 은주씨와 예슬양은 함께 연극을 관람했다. 이은주씨는 “만날 때마다 예슬이가 훌쩍 성장해있어 깜짝 놀란다”며 웃었다.

LG유플러스‘두드림 U+ 요술통장’캠프에 참가한 장애 청소년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두드림 U+ 요술통장’캠프에 참가한 장애 청소년들 /LG유플러스 제공

이들은 이번 여름 캠프를 통해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두드림 U+ 요술통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장애 가족 청소년(멘티) 120여명과 LG유플러스 직원(멘토) 60명이 참여했다. 이날 임직원 멘토와 멘티 응원차 온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해 25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3명이나 대학에 입학했는데, 이처럼 청소년들에겐 꿈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 줄 멘토가 필요하다”며 “도움을 받은 멘티가 다음 해엔 봉사단으로 오고 추후엔 멘토가 되는 등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김경하 기자

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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