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월)

다양해진 복지, 정부만으로는 한계… 시민 참여하는 비영리단체 나서야

미국 펜실베이니아 램 크난·페미다 핸디 교수 부부

미국 펜실베이니아 사회복지정책대학원 램 크난(Ram Cnaan·왼쪽 사진)·페미다 핸디(Femida Handy·오른쪽 사진) 교수 부부
미국 펜실베이니아 사회복지정책대학원 램 크난(Ram Cnaan·왼쪽 사진)·페미다 핸디(Femida Handy·오른쪽 사진) 교수 부부

미국 펜실베이니아 사회복지정책대학원 램 크난(Ram Cnaan·왼쪽 사진)·페미다 핸디(Femida Handy·오른쪽 사진) 교수 부부는 비영리 분야를 20년 이상 연구해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비영리·자원봉사 분야 학술 저널만도 둘이 합쳐 300편이 넘는다. 이들을 지난달 23일 경희대에서 인터뷰했다.

―미국은 ‘비영리 단체의 천국’이라 불린다. 미국 내 비영리 섹터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

“현재 미국 내에는 200여만 개의 비영리기관이 있다. 이들이 매년 지출하는 비용만 해도 정부 예산의 30%, 전체 GDP의 7~10%다. 다른 영역은 다 고용이 줄어든 반면, 비영리 섹터에 종사하는 인원은 꾸준히 늘어 전체 고용의 10%에 이른다. 비영리 섹터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증가해, 미국 내 전문 NPO 프로그램을 다루는 대학만도 80여개가 넘는다. 비영리 영역이 사람들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비영리 섹터가 커진 배경이 궁금하다.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독립하기 이전에, 미국은 영국 정부에 세금만 냈지 상응하는 서비스는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스스로 나서야 했다. 지역사회에서 돈을 걷어 소방서·학교와 같은 기관들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민자로 구성된 사회에서 상이한 요구를 한곳에서 맞추는 것도 불가능한 게 비영리 섹터가 커진 출발점이다.”

―한국에서 비영리 섹터가 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재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예술의 전당에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당시 폭우로 산사태가 나 극장이 진흙으로 가득 찼는데, 경찰과 군인들이 치우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자원봉사자나 비영리 기관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대체로 정부 주도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비영리 영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이유다. 하지만 한국도 인구 구성이 점차 다양화하고,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빨리 이동하는 걸 볼 때 비영리 섹터가 점점 커질 것이다.”

―올해로 한국을 방문한 게 8년째다. 한국 비영리 영역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한국의 여러 비영리재단을 방문했다. 한 대기업재단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자랑스러운 활동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미술관을 보여줬다. 그 미술관은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이런 기업재단은 지역사회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지난 8년간 한국 비영리 섹터는 상당히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에서 출자한 기금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아 아쉽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 기관의 대부분이 개인의 후원금으로 지역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재단(community foundation) 형태다. 그런 면에서 지역재단 형태로 운영되는 ‘아름다운재단’의 활동이 흥미롭다. 한국은 다문화 가정 증가 등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시민 참여로 이뤄지는 지역재단이나 독립재단이 더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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