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해외 진출 기업 글로벌 CSR 현주소] ③·끝 영세한 현지 주민들 자립 도우니 中·日 경쟁사 제치고 시장 선두 올라

글로벌 기업 CSR 인도네시아 <3·끝>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
대다수가 사회공헌 활동 펼쳐
지역사회와 끊임없는 소통

“대개 기업이 비용을 지출하고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야 하잖아요. 하지만 사회공헌에 드는 비용은 예외죠. 한국은 기부금 혜택이 주어지는 데 반해 인도네시아에는 그게 안 돼 있어요. 사회공헌 비용도 (영업)비용으로 간주돼 세금을 또 내야 해요.”

‘미원’의 임철희 이사가 말한 인도네시아 현지 사회공헌 활동의 어려움이다. 197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미원은 먼저 진출해 있던 일본의 ‘아지노모토’, 중국의 ‘사사’ 등을 제치고 업계 4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 조미료 시장 선두에 올랐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도 무시할 수 없다. 미원은 진출 초기부터 공장 인근에 사는 영세한 주민에게 전기와 식수를 공급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직업이 없거나 영세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자립 사랑의 미원마차’다. 현지 식약청 및 대학과 연계해 3개월에 걸친 식품위생·운영 교육을 실시하고 운송 수레와 비품, 초기 3개월간 필요한 식자재를 무상으로 지급해 상인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 12개월 동안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운영을 지원한다. 임철희 이사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대형 긴급 구호 NGO인 ‘돔페트 두아파(Dompet Dhuafa)’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CSR을 경영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ANEKA PANEL INDONESIA 제공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CSR을 경영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ANEKA PANEL INDONESIA 제공

◇인도네시아, CSR의 인식과 필요성 크게 확대돼

인도네시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1973년 ‘발리 짐바란(Bali Jimbaran)’ 선언이 계기였다. ‘빈곤 퇴치를 위해 수익의 2%는 강제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내용이었다.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기업의 CSR 활동을 의무화하는 ‘회사법’이 제정됐고, 이후 투자법, 공기업법 등 다양한 법체계 안에 CSR 개념이 스며들었다. 기업들도 기존의 자선적인 CSR을 넘어 경영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1500여개의 한국 기업이 80만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 중 다수의 기업이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의 대형마트 체인 ‘마크로(Makro)’를 인수하며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현지 의료 서비스가 열악하다는 점에 착안, 의료 및 교육과 관련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정욱 롯데마트 동남아본부 과장은 “국가가 섬으로 이뤄져 있고, 섬마다 특성이 달라 체계적인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모성보호전문 NGO인 ‘루마자카트(Rumah Zakat)’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부터 ‘루마자카트(Rumah Zakat)’의 협조를 통해 13대의 응급차량도 운영할 예정이다.

◇’1만3000개 이상의 섬, 50개 이상의 민족’, 지역 밀착형 CSR이 답

현지 교민 기업인 ‘아네카 판넬 인도네시아(ANEKA PANEL INDONESIA)’의 최병우 사장은 “한국인과 현지인들 간의 문화 차가 생각보다 크다”며 “종교단체나 NGO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유대를 쌓은 후에 CSR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얀티 트리와디안티니(Yanti Triwadiantini)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링크(IBL)’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미국만큼이나 다양한 커뮤니티가 공존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으면 좋은 의도도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이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정욱 과장은 “지원이 필요한 곳은 주로 도서(島嶼)지역이 많은데, 이런 곳들은 도로나 물류 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너무 열악해 인력 투입도, 물자 공급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사회공헌 활동이 매출에 직접적인 효과를 갖고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익만 갖고 가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로컬 기업으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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