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車 같이 타고 지혜도 나눈다?낯설지만 훈훈한 공유경제

서울에 부는 ‘함께’ 열풍
공유경제로 얻는 이윤 작년보다 4조원 커질 듯… 방·자동차·정장부터 지혜·여행 경험까지 공유…
소비자·공급자 직접 연결 서로간의 신뢰는 ‘생명'”인터넷·SNS에 익숙한 젊은층만의 문화” 지적도…

지난 12일, 기자는 2박 3일로 제주를 여행했다. 차량 공유기업 ‘쏘카(socar)’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단한 예약을 하고 제주 시내에서 성산까지 약 40㎞를 이동했다. 2시간 이용료 1만3200원(30분 3300원)과 기름 값 7600원(190원/㎞)이 들었다. 숙소는 도시민박 공유기업 ‘비앤비히어로’를 통해 예약한 가정집에서 하루 1만6500원에 해결했다. 총 3만7300원이 들었다. 만약 택시(제주도 40㎞ 기준·3만5000원)를 타고, 일반게스트하우스(하루 1만9000원)에서 묵었다면 약 5만4000원이 들었을 것이다. 공유기업을 통해 1만6700원을 절약한 셈이다.

미상_사진_공유경제_공유도시서울의밤_2013“공유경제(share economy)를 통해 사람들이 얻는 이윤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35억달러(약 4조원)로 커질 것.”

올해 초,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공유경제 전망이다. 공유경제는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경제 방식이다. 작년 9월 서울시는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하고, 공유도시촉진조례를 제정하고 공유촉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1월부터는 매주 목요일, 일반 시민 100여명을 초청해 공유경제 기업을 소개하는 ‘서울시, 공유경제를 만나다’ 행사를 열였다.

◇한국에도 공유 열풍이 분다

18일,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공유도시 서울의 밤’. 이날 행사에는 15개 공유경제 기업과 300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행사를 통해 소개된 공유기업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웹사이트를 통해 소규모 만남을 중개하는 ‘위즈돔’은 최근 6개월 동안 이용자 수가 500% 성장했고, 지금까지 1000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위즈돔 한상엽 대표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인데, 한 달 이내에 재구매하는 비율이 45% 수준”이라고 밝혔다. 책 공유기업인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시범서비스 기간에 3만권에 가까운 책이 모여, 회원들로부터 책을 받는 ‘키핑’을 중단하고 있다(‘대여’는 자유롭게 가능하다). 왕복택배비(7000원)로 7권 정도를 2개월까지 빌릴 수 있고, 반납할 때 자신의 책을 함께 보내면 된다. 보낸 책은 온라인 서가에 올라다른 회원들과 공유하게 된다.

지난 18일‘공유도시 서울의 밤’행사에서 15개 공유기업은 홍보부스를 운영해 서비스를 소개하고, 일반 시민들은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아이템을 골라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했다 . /위즈돔 제공
지난 18일‘공유도시 서울의 밤’행사에서 15개 공유기업은 홍보부스를 운영해 서비스를 소개하고, 일반 시민들은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아이템을 골라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했다 . /위즈돔 제공

차량 공유기업인 쏘카는 서울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달 만에 1만명이 가입했다. 청년 구직자를 위한 정장 공유단체인 ‘열린옷장’도 지난해 9월보다 하루 대여 건수가 6배 늘었다.

공유경제 서비스는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소비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신뢰’가 생명이다. 서로의 정보 및 평판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이하 SNS)의 발달도 공유 열풍에 한몫했다. 대부분 공유경제 서비스는 개인 SNS 계정과 연동되어, 별도 회원가입이 필요 없다.

◇소비자·공급자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성공해

현지인 가이드를 통한 여행체험 공유기업인 ‘마이리얼트립’은 이달 벤처기업 투자자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4억원을 투자받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9개월만에 1000여명이 여행길을 떠났고, 소비자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6점으로 높은 편이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는 “획일화된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질린 소비자에겐 맞춤여행을, 직거래를 통해 공급자인 가이드의 처우 개선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한옥은 70여개. 이 중 65개는 현재 한옥 공유기업 ‘코자자’가 소개하는 방이다. 코자자 조산구 대표는 “한옥 이름만 대면 어떤 모양이고, 주인의 성향은 어떤지 다 안다”며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다 만나 한옥스테이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득했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아마추어 작가들과 함께 ‘한옥드로잉’ 행사를 열어 결과물을 기념엽서로 만들었다

미상_그래픽_공유경제_서비스기업과대상품목_2013◇’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한계도

하지만 아직 공유문화가 일반인에게 널리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수(24·이화여대 국문과 3년)씨는 “정장을 공유하는 열린옷장 서비스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권유했지만 무덤덤한 반응이었다”며 “소비자로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공유경제 기업이 모두 웹이나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다 보니,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젊은이들만이 주로 이용하는 점도 사업모델 확장의 걸림돌이다. 카페, 예식장 등 민간의 유휴공간을 공간이 필요한 사람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어스페이스’의 구민근 대표는 “지난해 말, 한국헬프에이지에서 신림역 10분 거리에서 괜찮은 공간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까다로운 조건이기도 했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는 말에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도시민박 공유기업 비앤비히어로의 조민성 대표는 “방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관광객들이 왔을 때 대학생들과 집주인을 연결해 영어로 의사소통을 돕고 사진찍기나 페이스북 홍보 등의 활동을 하며 세대 간 격차도 줄여가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김태균 사회혁신담당관은 “사회적 가치가 큰 기업은 공유촉진기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공유의 방식으로 창업을 구상하는 이들에게도 창업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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