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 캠페인 |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 ④ 나눔 실천하는 교장 좌담회

빈곤국 친구 위한 나눔, 배려심과 인성교육도 절로
류제천… 교장 비샬 동영상 본 아이들 …용돈 모아 저금통 채워
민경숙… 교장 거친 행동하던 아이들…미술 치료로 긍정적 변화
이명숙… 교장 감사편지로 행복 느끼며 받은 만큼 은혜 베풀어
박상길… 교장 교실에서 직접 수업하며 해외봉사 경험담 전해
서석영… 교장 젊은 교사들 대상으로 나눔에 대한 교직관 넓혀

지난 16일, 서울 청파동의 한 커피숍에 ‘나눔교육’ 전도사 5명이 모였다. 다름 아닌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의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인 현직 교장 선생님들이다. 직접 네팔과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 자원봉사까지 다녀온 이들은 ‘나눔교육’ 경험담을 생생하게 털어 놓았다. 좌담회에는 부천상동초 박상길(57) 교장, 서울금화초 서석영(53) 교장, 서울백석초 이명숙(62) 교장, 서울서이초 민경숙(61) 교장, 서울신상계초 류제천(59) 교장 선생님이 참석했다.

사회= 올해 5회째인 굿네이버스의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아이들에게 나눔교육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

류제천 교장(이하 류제천)=우리 학교는 복지지원대상 아이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희망편지쓰기대회에 동참하지 않고 있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서’가 그 이유였다. 선생님들과 여러 차례 논의 끝에 ‘나눔은 습관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얼마 전 한 아이한테 ‘편지 잘 썼느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집을 나간 상태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였다. 동영상을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네팔에서 돌을 깨는 비샬을 보고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 너도 참 어려운가 보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도 울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겠다’고 썼다고 한다. 비샬을 후원하겠다며 벌써 저금통을 다 채웠더라. 이웃이나 공공기관, 친척들이 한 번씩 주고 간 용돈으로 저금통을 채워간 아이의 마음을 보니 뭉클했다.

나눔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장선생님 5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부천상동초 박상길 교장, 서울백석초 이명숙 교장, 서울서이초 민경숙 교장, 서울신상계초 류제천 교장, 서울금화초 서석영 교장(왼쪽부터) /굿네이버스 제공
나눔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장선생님 5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부천상동초 박상길 교장, 서울백석초 이명숙 교장, 서울서이초 민경숙 교장, 서울신상계초 류제천 교장, 서울금화초 서석영 교장(왼쪽부터) /굿네이버스 제공

민경숙 교장(이하 민경숙)= 전임 학교에서 무상조식하는 아이들에게 미술 치료를 했다. 아이들이 창피해하면서 밥을 잘 못 먹기에, ‘어떻게 해야 밥을 잘 먹을까’ 고민하다 내가 직접 시작했다. 5~10분 정도 작품 보여주면서 미술 치료를 하니, 6개월 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책상을 발로 차고 들어오던 애들이 없어지고, 성적도 올랐다. 아이들은 작은 계기만 만들어주면 쉽게 변한다. 지금 부임한 학교는 부유한 학생들이 많다. 순수하게 잘 컸지만, 아직 나누거나 남을 배려하는 감각은 부족하더라. 희망편지쓰기대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나눔을 통한 인성교육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명숙 교장(이하 이명숙)=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감사편지를 쓴다. 받은 만큼 은혜를 베풀고, 작은 감사가 모이면 행복해진다. 작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굿네이버스와 함께하는 한 생명 살리기’ 모금운동을 했다.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전교어린이회에서 자체적으로 모금활동을 해서, 연말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내고, 해외결연 아동들 연말 선물 보내고, 남은 돈으로 우리 졸업생 3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줬다. 해외결연 아동들이 보내온 답장은 학년별로 하나씩 게시판에 붙여놓으니, 애들이 뿌듯함을 느끼고 더 열심히 도와주려고 한다.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지구촌에 있는 빈곤지역 아이들을 직접 보여주면서, 그 시야를 우리 학교·우리 마을·대한민국만이 아니 지구촌으로 넓히도록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올해는 6학년 한 학급에서 ‘비샬이 유명한 의사가 되도록 다 같이 마음을 모으자’며 ‘긍정! 긍정!’ 이런 구호도 외쳤다고 한다(웃음).

사회= 해외에 나가 직접 자원봉사를 해본 경험을 학생들에게 직접 알린다고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가.

박상길 교장(이하 박상길)= 6학년 졸업생들에게 한 학급당 2시간씩 내가 직접 수업한다. 네팔을 다녀온 사진을 보여주고 ‘무엇처럼 보이느냐’고 물어보면 ‘학교’라는 대답이 안 나온다. 솔직히 우리나라 돼지우리가 네팔 학교보다 더 나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왜 우리가 이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면, 다양한 답이 나온다. 글로벌이란 결국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서석영 교장(이하 서석영)= 방글라데시의 학교를 방문했는데, 애들이 2시간마다 바뀌더라. 학교 수는 적고 애들은 많다 보니 2시간씩만 공부하는 상황이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가방을 메고 몇 시간을 걸어 학교에 오고, 미어터지는 교실에서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모니 뭉클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니 “의사” “선생님”이라고 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토대가 교육 아닌가. 이런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만들어, 5년 차 미만인 젊은 교사에게 자주 들려준다. 잘하는 애들한테만 눈이 가는 게 아니라 어려운 애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으로, 젊은 교사들의 교직관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회=가장 어려운 건 ‘나눔교육’의 실천이다. 나눔과 배려가 습관화된다면, 학교 폭력이나 왕따 등 다양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 궁금하다.

서석영= 우리 학교에 보육원 출신 아이들이 오니, 학부모들의 거부 반응이 심했다. 그래서 학부모 모임에서 강조했다. “출발점이 너무 다르고 양극화가 심해지면, 잘사는 애들도 결코 잘살 수 없다.”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나눔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류제천= 학교 근처에 당고개 공원이 있다. 노원구청에서 공공시설이나 가로변 등을 일대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신청받기에 전교어린이회에 제안했더니, 아이들이 ‘우리 손으로 공원관리를 해보자’고 신청해서 곧 시작할 예정이다. 공원청소는 남을 돌보고 이웃을 살피는 시민의식의 시작이다.

이명숙= 아이들한테 ‘꿈을 이룬다는 것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그걸 나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정서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결국 나눠주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 텃밭이 있는데, 텃밭을 통해 나눔교육을 한다. 자연은 햇볕과 물을 통해 식물을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어, 사람에게 다 나눠주지 않느냐고. 그래서 그런지, 학년별로 배추를 수확해서 독거노인분들에게 나눠 드린다. 나눔교육은 어릴 때부터,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같다.

박상길= 교직 경력 37년 되었는데. ‘애들한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 시각’이다.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건 부모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남한테 뒤처질까 봐. 이걸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프로그램이 많아지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더 넓은 지구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사회=박란희 편집장

정리=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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