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유럽, 말고기 파동 이후 협력업체 생산성·기술 전문성 위한 CSR 늘려

더 나은 미래 콘퍼런스3인 대담

리처드 웰포드
기업상황·입지 이해하고… ‘기부 타이틀’ 탈피해야

토비 웹
최소 1~3년 걸리더라도… CSR을 일상 업무로 적용

한스 크뢰더
정부도 지속한 조달 위해… 업체들과 상생관계 유지

미상_그래픽_CSR_세계지도_2013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회 더나은미래 콘퍼런스-ISO 26000 기준 CSR 평가 모델 설명회 및 해외 진출 기업의 글로벌 CSR 전략’엔 2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일부는 좌석이 부족해, 뒷자리에 서서 강의를 지켜보기도 했다. 특히 리처드 웰포드 CSR아시아 회장, 토비 웹 에시컬 코퍼레이션 회장, ISO 26000 제작에 참여한 한스 크뢰더 네덜란드 표준정비협회 핵심위원 3인의 대담은 참석자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3인의 대담 중 일부를 발췌·정리했다.

사회= 기업의 수익 중 몇 퍼센트를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투자하는 게 적절한가, CSR 주요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리처드 웰포드= 질문 자체의 정의가 틀렸다. CSR은 수익의 몇 퍼센트를 투자하는 자선 활동이나 기부가 아니다. 기부는 CSR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CSR은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의 사업적 상황과 입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브랜드, 회사 평판, 신뢰와 연관돼있고, 회사의 자본 비용이나 인적 자원 채용 등과도 연관돼있다. CSR을 하려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들의 참여가 있어야 기업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사회= 기업의 CSR을 이야기할 때 사회공헌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다. 노조 설립을 반대하는 등 직원-협력업체에 대한 도덕기준을 지키지 않는 한국 기업도 많다.

토비 웹= ‘대기업이 어떻게 협력업체를 대우하는가’라는 것은 근본 문제다. 1970년대부터 많은 기업은 아웃소싱 방식으로 외주를 줬고, 외부 하도급업체를 압박해서 이익을 내왔다. 대기업들이 구매 관행을 통해 이익을 보는 방식은 결국 대형 사건사고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말고기를 모든 종류의 쇠고기 음식에 넣은 유럽의 말고기 사건 파동이 대표적이다. 이제 대기업은 하도급업체와 면밀한 관계를 통해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이키와 테스코 등 많은 기업이 협력업체의 생산성과 기술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코카콜라나 커피 회사 같은 음료 회사도 마찬가지다. 6억달러(약 6700억원)를 들여 협력업체와 거래 관계를 개선하는 기업도 있고, 협력업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스마트 비즈니스’를 하려는 게 국제적 흐름이다.

리처드 웰포드= 일부 중국 공장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횡포를 부리고, 책임성 있는 공급망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좋은 CSR 정책은 반드시 조직 내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용 정책에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 공정한 임금 책정이 되고 있는지, 직원의 인적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직원을 단순히 생산 요소의 하나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ISO 26000 지침은 굉장히 중요하다.

‘제1회 더나은미래 콘퍼런스’의 해외 연사 3인의 토론 세션. 리처드 웰포드 CSR아시아 회장, 토비 웹 에시컬 코퍼레이션 회장, ISO 26000 제작에 참여한 한스 크뢰더 네덜란드 표준정비협회 핵심위원, 사회를 맡은 유엔산업개발기구 CSR 플로리안 베라넥(왼쪽부터).
‘제1회 더나은미래 콘퍼런스’의 해외 연사 3인의 토론 세션. 리처드 웰포드 CSR아시아 회장, 토비 웹 에시컬 코퍼레이션 회장, ISO 26000 제작에 참여한 한스 크뢰더 네덜란드 표준정비협회 핵심위원, 사회를 맡은 유엔산업개발기구 CSR 플로리안 베라넥(왼쪽부터).

사회= 나의 보스에게 어떻게 CSR을 설득할 수 있을까.

리처드 웰포드= 2~3년 전엔 “CSR 해도 수익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득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젠 하버드 경영대학원, 런던경영대학원 등에서 CSR과 수익이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자료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은 존경받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가 투명해야 한다. CSR을 모르는 CEO는 CEO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사회= CSR 평가를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한스 크뢰더= 일단 내 경험에 비춰보면 팀을 만드는 게 좋다. 팀 구성에는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동참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기업 내 부서 팀원들도 있어야 한다. 자체 평가하려면 인사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 있고, 에너지 관리 쪽에서 해결할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토비 웹= CSR이 잘 진행되려면 당연히 CEO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전사적으로 ‘워킹 그룹’을 만들어서 회사 일상 업무 안에 CSR이 녹아들게 해야 한다. 최소 1년에서 3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사회= 기업의 CSR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입장은 어떠해야 할까.

리처드 웰포드= CSR과 관련해서 기업은 독자적으로 활동해야 하고, 정부는 비켜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비 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자문을 일부 맡았는데, 그 결과는 정부가 최저 기준을 만들고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시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설득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은 무분별한 알코올 소비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는 ‘리스폰서빌리티 딜(Responsiblity Deal)’을 만들었다. 시민사회, 병원, 학계, 기업, 연구소 대표를 한군데 모아서 협상을 벌였다. 6개 주요 유통업체들이 더 높은 기준을 스스로 준수하고, 많은 CSR 활동을 통해 책임감 있는 알코올 소비를 얘기하고 있다.

한스 크뢰더= ISO는 정부 역할을 다르게 본다. 정부가 본보기가 되기를 원한다. 정부 역시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패가 척결되어야 하고, 공무원 처우도 적절해야 하고, 정부도 지속 가능한 조달을 위해서 업체들과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으로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ISO가 정부에 대해 솔선수범을 가장 크게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비켜나 있는 게 아니라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CSR을 장려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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