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 캠페인 |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③ 돌 깨는 비샬, ‘희망 편지’로 가난을 깨주세요

[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 캠페인]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3>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
5번째 희망편지 동연군… 네팔에서 비샬 만난다면 연고랑 반창고 주고 싶어
학생회장 민지양… 청소·동생 돌보고 용돈, 제가 번 돈으로 기부해요
할머니도 동참, 이솔양… 비샬과 우린 이웃사촌 늘 베풀며 살아야죠

'제5회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한 김민지양 가족. 어머니 노영주씨, 막내딸 은지, 민령, 아버지 김혁환씨, 민지양(왼쪽부터), 강동연군 가족이 해외 굿네이버스를 통해 결연을 맺은 해외아동 사진을 들고 있다. 아버지 강성남씨, 민서, 동연, 어머니 정분영씨.(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굿네이버스 제공
‘제5회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한 김민지양 가족. 어머니 노영주씨, 막내딸 은지, 민령, 아버지 김혁환씨, 민지양(왼쪽부터), 강동연군 가족이 해외 굿네이버스를 통해 결연을 맺은 해외아동 사진을 들고 있다. 아버지 강성남씨, 민서, 동연, 어머니 정분영씨.(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굿네이버스 제공

“만약 네팔에 가서 ‘비샬’을 만난다면 연고나 반창고를 주고 싶어요.”

동연(12·신용산초 6)군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 “난 의사놀이 장난감을 가져갈래요.” 동연군의 동생인 민서(9·신용산초 3)양이 손을 번쩍 들며 말하자, 거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난 3일 저녁 기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가정을 방문했다. 동연군의 가족이 굿네이버스 ‘제5회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하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학교에서 나눠준 CD를 넣자 올해의 주인공 비샬(10)의 사연이 나왔다. 네팔의 산골 소년 비샬은 3년 전 아버지를 잃으면서 아픈 엄마와 두 동생을 대신해 매일 12시간씩 공사장에서 ‘돌깨는 일’을 하는 소년이다.

굳은살이 깊게 박인 비샬의 손이 클로즈업되자 동연군이 “하아” 소리를 냈다. 비샬이 돌을 깰 때마다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700원?” 비샬이 하루종일 일해 버는 돈이 700원이란 말에 민서가 놀라며 엄마를 쳐다봤다. “민서야, 700원으로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질문에 “좋아하는 과자 한 개도 살 수 없다”며 시무룩해졌다.

동연군은 제1회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부터 참여했다. 영상 중간에 지난 대회 주인공들의 얼굴이 나오자 “아,락스미다… 자말!” 이라며 이름을 기억해냈다. 희망편지를 계기로 동연군의 가족은 2011년부터 4명이 각각 한 명씩 해외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지구촌 친구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민서가 신이 나서 사진을 가져왔다. “얘는 캄보디아에 사는 툰소페악인데요. 저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에요.” 어머니 정분영(40)씨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이 기쁘고 가족끼리도 대화를 할 때 하나의 끈이 생겼다”고 했다.

“하루는 스키장에 갔는데, 계산하는 곳 옆에 저금통이 있었어요. 구석이라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동연이가 주머니에 있던 750원을 넣더라고요. 500원짜리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기에 ‘안 된다’고 했는데, 녀석이 그런 행동을 하더라고요. 저도 5000원을 꺼내서 넣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을 통해 제가 배우는 것 같아요”

아버지 강성남(41)씨가 동연군과 민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희망편지 통해 나눔교육하는 부모들

동연군이 비샬에게 희망편지를 쓰고 있다.
동연군이 비샬에게 희망편지를 쓰고 있다.

지난 3월, 민지(12·인천 신정초6)양은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민지양이 내건 세 가지 공약 중 하나는 ‘어려운 교우를 돕겠다’는 것. 민지양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부모님의 ‘나눔교육’이 한몫했다. 아버지 김혁환(39)씨는 “딸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소년소녀가장들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이들의 마음이 동한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 노영주(38)씨는 “요즘에도 ‘사랑의 리퀘스트’나 ‘동행’과 같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도 함께 시청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민지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월 2000원씩 모아 보육원에 기부한다. 둘째 딸 민령(9)양도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후원에 동참했다. 민지양 가정의 중요 원칙은 ‘기부도 내가 번 돈으로 하는 것’이다. 분리수거나 청소를 하거나, 동생을 돌보는 등 착한 일을 하면 몇 백원씩 용돈을 받는다. 4년째 내 손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민지양에게 나눔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민지양은 “비샬이 원해서 어려운 환경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안타깝다”며 “직접 만나면 힘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기자에게 다가와 “앞으로 돈을 많이 벌면 후원하는 금액도 늘릴 것”이라며 귀띔했다.

◇할머니도 함께 나눔에 동참하는 이솔양 가족

“당장 부산으로 데려와 초등학교라도 보내고 싶었지예.”

이선구(67) 할머니는 손녀딸을 통해 우연히 비샬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CD 영상을 보며 손녀 이솔(7·김해 장유초1)양도 울고, 할머니도 울었다. 이선구 할머니는 “여섯 살 때, 6·25가 터졌는데 온 가족이 함께 피난갔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판자촌에 살면서 아이스께끼, 구두닦이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갔는데 비샬은 그보다도 더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이선구 할머니는 ‘한 달에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손녀 솔이와 함께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한 이후로 굿네이버스의 해외구호개발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친손자 같은 비샬이 모습이 아른거려서다. 이선구 할머니는 손녀 이솔양과 손자 이강(6)군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야들아. 비샬이 네팔에 살고 있어도 우린 이웃사촌이나 다름없는 거제. 마음도 착해야 하지만, 우리도 절약하면서 돕고 살아야 해.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늘 생각하며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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