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굿시스터즈 덕분에 공부가 더 즐거워요”

여학생 인식개선 운동
말라위 디암피 학교 여학생 동아리 에이즈 예방과 인권 및 직업 교육

지난 1월 9일, 아프리카 말라위 차세타(Chseta) 마을에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디암피(Dyampwi)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50명이 주인공. 교내 동아리, ‘굿시스터즈(Good Sisters)’의 1기 졸업생들이다. 이들은 마을 주민 1500명 모인 자리에서, ‘여성들도 공부할 권리,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주제로 다양한 노래와 연극을 선보였다.

여학생들로 구성된‘굿시스터즈’동아리는 말라위의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애드보커시(옹호)’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여학생들로 구성된‘굿시스터즈’동아리는 말라위의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애드보커시(옹호)’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말라위에서 가장 시급한 사업이 바로 여성 인권 교육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연극을 지켜보던 조진화 굿네이버스 말라위 지부 간사가 설명했다. 말라위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자아이들의 수는 전체의 59%. 그중에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여자아이들은 14%(남자아이는 33%)에 불과하다. 초경이 시작되는 13세를 기점으로, 결혼 또는 임신하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말라위 주민들의 하루 평균 수입은 1달러 미만이다. 배고픈 여자 아이들은 ‘슈거대디(Sugar Daddy)’로 불리는 남자들에게 몸을 팔고, 1달러를 번다. 조혼 풍습도 남아있다.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이들은 학업을 포기한다. 오염된 식수나 말라리아에 노출된 이들은, 6명당 1명꼴로 임신 또는 출산 중에 사망하고 있다. 굿네이버스가 아프리카 말라위 차세타(Chseta) 지역에서 여성 인권 관련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 활동을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디암피 학교 여학생 50명(13~18세)을 선발해, ‘굿시스터즈’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4번씩 성교육, 에이즈 예방 교육, 여성 인권 및 직업 교육을 실시했다. 동기 부여를 위해, 말라위 정부에서 NGO승인국장으로 일하는 여성 리더를 강사로 초빙하기도 했다. 면 생리대 제작 방법도 가르쳤다. 말라위 여성들이 흡수가 잘 안 되는 나뭇잎이나 천조각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 간사는 “흡수력이 좋은 직물(융)을 나눠주고, 면 생리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면서 “불편함과 창피함 때문에 생리 기간에 밖에 나가지 않던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굿시스터즈 1기 졸업생 부키는“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굿시스터즈 1기 졸업생 부키는“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굿시스터즈’ 1기생들은 본격적으로 애드보커시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 친구들이나 마을 여성들을 찾아가 배운 내용을 전하고, 면 생리대 만드는 방법도 가르쳤다. 테샤(Tesha·12)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대학에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부키(Vukir e·15)는 “내가 만난 친구 중에 벌써 10명이 굿시스터즈 2기 지원서를 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뿐만 아니다. 굿네이버스는 추장들을 모아놓고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말라위는 추장의 발언권이 강한 나라다. 마을 내 모든 의사결정이 추장을 통해 이뤄진다. 굿네이버스는 조혼이 여성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한 뒤, 추장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추장들이 18세 이하 소녀가 결혼하는 경우 해당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꿈쩍 않던 차세타 지역의 조혼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추장이 참석하지 않는 결혼식은 마을 주민들에게 ‘의미 없는 결혼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조 간사는 “굿시스터즈 졸업생이 많아지고, 서명에 참여하는 추장이 늘수록, 말라위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점점 향상될 것”이라면서 “여성 인권을 위한 애드보커시 활동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롱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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