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국내 최초 재능기부 영화” 홍보가 끝난 뒤엔…

영화 ‘철가방 우수씨’ 조기 종영 이유는

개봉 전엔 ‘시끌’
음악·의상·배우 재능기부, 배급기부 발표 기사 쏟아져

개봉 1주 만에 ‘시들’
상영관 108개서 37개로… 밤 12시 등 관람 힘든 시각 “보여주기식 아니냐” 비판

CJ엔터테인먼트 측
“규모 면에서 배려했지만 객석점유율 따라 불가피”

지난달 27일, 손미경(27·서울시 성북구)씨는 연말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볼만한 훈훈한 영화를 찾고 있었다. 가수 션이 얼마 전에 트위터를 통해 ‘철가방 우수씨’ 영화를 언급했던 것이 생각나 인터넷으로 상영 시간표를 검색했다. 하지만, 주말 동안 서울에서 ‘철가방 우수씨’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한 곳도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단 한 곳, 인천에 있는 독립영화관에서만 영화 관람이 가능했다. 결국 다른 영화를 봐야만 했다.

‘철가방 우수씨’에서 고(故) 김우수씨 역을 맡은 배우 최수종(오른쪽)과 영화 OST ‘ 철가방을 위하여’의 작사를 맡은 소설가 이외수.
‘철가방 우수씨’에서 고(故) 김우수씨 역을 맡은 배우 최수종(오른쪽)과 영화 OST ‘ 철가방을 위하여’의 작사를 맡은 소설가 이외수.

◇’철가방 우수씨’, 108개 상영관에서 일주일 만에 37개 상영관으로 축소

중국집 배달부로 월 77만원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5명의 아동을 7년 동안 후원해온 고(故) 김우수씨의 삶을 영화화한 ‘철가방 우수씨’. 국내 최초의 재능 기부 영화로 주목을 받았던 이 영화는 이대로 개봉관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22일, 전국 108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철가방 우수씨’는 일주일 만에 37개 상영관으로 축소됐다. 지금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9만2000명.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는 ‘철가방 우수씨’의 상영 시각도 아침 혹은 늦은 밤에 몰려 있어 사람들이 잘 볼 수 없었다. 지난달 5일, CGV 강변점 상영스케줄을 보면 ‘철가방 우수씨’는 아침 9시 30분, 오후 2시, 밤 12시로 세 차례 상영되고 있었다. 이마저도 ’26년’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등 세 영화와 함께 한 영화관에서 교차 상영 중이었다. 개봉 한 달째인 지난달 22일에는 필름포럼, 영화공간 주안 등 예술영화관에서 하루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상영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기준).

이에 한국대학생재능포럼 소속 300여명은 지난달 21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김우수 나눔정신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가지고 ‘철가방 우수씨’ 조기 종영을 막아달라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변준영(23·남서울대 유통학과 2년) 대표는 “고(故) 김우수씨의 삶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면서 ‘나눔’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인데, 자극적인 상업 영화들에 밀려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나눔 시사회’를 열었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도 “나눔 교육의 의미로 좋은 영화인데 빨리 상영이 끝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해시에서는 지난해 8월, 영화 개봉 전 감사나눔 특별시사회를 열었고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포함한 150여명의 감상문을 엮어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중국집 배달부로 월 77만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나눔의 삶을 실천했던 고(故) 김우수씨.
중국집 배달부로 월 77만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나눔의 삶을 실천했던 고(故) 김우수씨.

◇CJ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배급수수료 기부, 규모나 내용 면에서 배려했다”

개봉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고(故) 김우수씨의 삶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무척 컸다.

배우 최수종씨를 비롯한 전 출연진과 윤학렬 감독이 재능 기부 의사를 밝혔다. 부활의 김태원씨는 영화 음악을, 디자이너 이상봉씨도 1억원 상당의 의상을 기부했다. 이에 CJ엔터테인먼트도 배급수수료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14일,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 및 홍보·마케팅에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11월 말까지 100개가 넘는 언론 보도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 만에 상영관이 30여개로 축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황했다”며 “CJ엔터테인먼트에서 좋은 뜻으로 배급을 지원한 부분은 고맙지만 결국엔 기부 문화에 상업주의의 잣대를 댄 것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만약 배급 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영화 ‘울지마 톤즈’처럼 소문 배급 전략을 사용해 점차 상영관을 늘려나가는 전략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다 대장암으로 숨진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울지마 톤즈’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6개월간 장기 상영했으며 전국 4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지난해 9월, 김기덕 감독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상업 영화 독점 구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여론이 차가워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을 한 것이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업계에서 최초로 영화 배급수수료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만큼 규모나 내용 면에서도 상당 부분 배려했는데, 도리어 비판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J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제작비 30억 이하 규모 작은 영화의 경우, 통상적으로 50~60개 상영관을 잡는데 ‘철가방 우수씨’는 이례적으로 100개가 넘는 규모였다”며 “개봉 2주차에 상영관 수가 줄어든 것은 객석 점유율에 따른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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