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날아라 희망아] 영하 30도가 계속되는 몽골의 겨울… 엄마 없는 오트자르갈군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세요

미상_사진_날아라희망아_오트자르갈_2013오트자르갈(9)군은 마늘을 송송 썰고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손으로 차분히 썬 마늘을 몽골식 수제비에 넣었습니다.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먹을지 말지 고민하기에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 채로 후루룩후루룩 삼키듯 밀가루 수제비를 넘겼습니다.

방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담배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내복만 입은 아버지, 삼촌,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친구, 시골에서 올라온 친척 등 어른 네 명이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여동생 호랑(3)이 맨바닥을 뒹굴며 놀고 있었습니다.

오트자르갈군의 아버지는 건축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일감이 있는 날은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뿐입니다. 매서운 혹한이 계속되는 겨울에는 모든 공사가 올스톱 됩니다. 공사장에서 일해 매달 30만투그릭(30만원 남짓)을 받으면 그걸로 가장 급한 석탄부터 사놓습니다. 밥은 한두 끼 굶어도 견딜 수 있지만, 난로를 때지 못하면 추운 겨울을 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트자르갈군의 아버지는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고기를 사먹기가 힘들다”며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거나 빵을 먹는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몽골인들의 주식은 고기입니다. 하지만 오트자르갈군의 가족은 내장을 삶은 국물로 고기를 대신합니다.

오트자르갈군의 새엄마는 1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그를 버리고 도망간 친엄마 대신 ‘진짜 엄마’처럼 따뜻했던 새엄마였습니다.

“배가 고파서 많이 울었어요. 엄마가 아파서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거든요. 목소리가 너무 이상했어요. 아프지 않았을 때는 엄마가 잘해줬어요. 밥도 만들어주고,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줬는데…. 지금도 보고 싶어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퍼요.”

오트자르갈군은 부엌 바닥을 쳐다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집안일을 시작합니다. 물을 길어오고, 바닥을 청소하고, 아침식사 후에는 설거지를 합니다. 발목 높이까지 쌓인 마당의 눈을 치우는 것도 오트자르갈군의 몫입니다. 미끄러운 빙판길을 1시간 동안 오가며 물을 긷는 것도 빼먹어선 안 되는 중요한 일과입니다. 오트자르갈군은 틈틈이 방안에 앉아 컴퓨터 게임을 합니다. 1년 전 삼촌이 사준 게임기입니다. “경찰도 나오고 운전기사도 나오는 게임인데, 정말 재밌다”고 합니다.

오트자르갈군은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여섯 살 때 1학년에 입학했으나,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이듬해 가을에 몇 달 다녔으나 동생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게 창피해서 또 그만뒀습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온 지도 몇 달이 흘렀지만, 동사무소에 등록이 되지 않아 차일피일 학교 다니는 것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직 몽골 알파벳도 다 모른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계속 놀렸어요. 애들이 저를 너무 괴롭혀서 때려줬어요. 하지만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또 작아졌습니다. 오트자르갈군이 하루 중 가장 기쁠 때는 오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입니다. 집 근처 공터에서 눈으로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한다고 합니다.

“한번은 제가 10번이나 골을 넣었어요. 다른 팀은 1골밖에 못 넣었고요. 그래서 우리 팀이 이겼죠.”

오트자르갈군은 갑자기 신이 난 얼굴로 축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몽골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놓았습니다. “축구선수가 되면 뭘 하고 싶으냐”고 했더니 뜻밖에도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미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아, 이라크도 알아요.”

오트자르갈군은 자신이 아는 다른 나라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얘기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골목길을 나서는데, 저쪽에서 하교하는 아이들 대여섯 명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알록달록한 패딩점퍼를 입고 두툼한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방금 전 만났던 오트자르갈군 남매의 옷이 떠올랐습니다. 땟국에 까맣게 전 옷이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오트자르갈군과 같은 해외 빈곤 아동들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1599-0300, www.gni.kr)로 연락하면 됩니다.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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