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다가오는 고액 기부 시대, 전문성 갖추고 대비해야

기부자 관리 실태
“이웃 돕고 싶다”는 고액자산가 많지만 기부자 전담팀 드물어
은행 수익에 도움 안 돼… 관련 상품 개발도 부진
기부연금제도 포함된 나눔기본법 지난해 제정… 활성화 위한 캠페인 계획

“최근 은행에 예금하면서 기부 의사를 밝히는 고액 자산가 분들이 부쩍 늘었어요. 처음엔 공익 재단 설립을 문의하시는데 설립 절차나 운영이 복잡해, 상담 후에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고 하십니다. 문제는 고액 기부자를 별도로 예우·관리하는 비영리단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에요.”

차선주 삼성증권 신문화팀 과장이 최근 금융권의 동향을 전했다. 삼성증권은 2010년 8월부터 금융권 최초로 사내에 기부 컨설턴트를 도입, 기부컨설팅을 시작했다. 차 과장은 “비영리단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고액 기부 시장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100억 이상 모금 단체도 고액 기부자 전담팀 없어

더나은미래가 2011년 기준, 100억 이상 모금한 비영리단체 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고액 기부자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 곳에 불과했다. 공동모금회는 국민참여추진단에 속한 4명이 1억원 이상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전담 관리하고 있다. 다른 8개 비영리단체 중 3곳은 회원관리팀 내부 인력 1명이 고액 기부자를 관리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회원관리팀 직원 1명이 후원금을 500만원 이상 낸 기부자(400명)를 VIP로 분류, 정기적으로 예우하고 있다. 프로젝트 담당자가 후원자를 찾아가 사업 결과 보고를 한다든가, 전화로 안부를 묻는 등 피드백을 전한다. 그러나 아직 관리 수준에 그쳐, 고액 후원자 발굴이나 신규 프로그램 개발은 시도하지 못했다. 유니세프는 최근 고액 후원자 개발을 위한 전담 인력을 채용했고, 올해 상반기 중 고액 기부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굿네이버스는 올해 고액 관리자 위원회나 고액 기부자 전담팀을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4개 기관은 “당장 고액 기부자 시장이 활성화될 것 같지 않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상_그래픽_고액기부_현황_2013◇’계획 기부’ 상품으로 고액 기부자 선점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6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국내 최초로 ‘기부자 조언 기금(Donor Advised Fund)’을 도입했다. 기부자가 공동모금회 이름으로 된 신한금융투자계좌에 가입하면, 이 기금의 원금과 이자가 자신이 원하는 기부처에 기부된다. 최소 100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5개월 동안 벌써 두 명의 고액 자산가가 기부자 조언 기금에 가입, 1억원씩 4회에 걸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김영일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과장은 “기부 상품이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 대부분이 기부 상품 개발·출시를 꺼린다”며 “미국과 달리 우리는 상속자의 유류분 제도(자산가가 100억원을 기부한다고 유서를 써도 상속자인 아들이 반대하면 최소한의 비율을 분할해야 한다)가 남아 있어 다양한 상품이 나오긴 어렵지만,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다양한 고액 기부상품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눔기본법’ 관련 인식 개선ㆍ교육 필요

지난 12월 18일, 복지부는 계획 기부를 비롯한 나눔 문화 활성화를 위해 ‘나눔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는 기부자가 현금, 부동산 등을 공익 법인에 기부하면, 기부액의 일정액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기부연금제도’가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가 “새로운 시도로 계획 기부가 활성화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내용과 향후 전망을 정부와 이해당사자들만 공유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관련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및 교육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 실제로 설문에 응한 9개 비영리단체 중 8곳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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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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