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초반에 실력 검증받으려면 어쩔 수 없어… 외부투자 받을 곳 없는 것도 문제”

사회적기업가들의 고충 – 객관적 평가는 필요한데 활동만으로는 시간 걸려
단시간에 성과 나오는 공모전에 매달리게 돼… 사업마다 내용 다르니 중복이라고 보기 힘들어

미상_그래픽_사회적기업_팔짱낀남자_2012“정말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들 내부에서도 논의가 많고요. 대회 준비하는 데 시간도 많이 들어요. 공모전이 한번 끝나고 나면, 한 달 동안 아플 정도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서현주(32) ‘삼분의이’ 대표는 “그럼에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삼분의이’는 자폐아동을 대상으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09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비영리사업은 창업멘토링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856개 팀 중 비영리사업은 ‘삼분의이’ 단 1개였던 것. 서대표는 이후 한 NGO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대상 경영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했지만 내부 사정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참여자가 아니었기에, 인큐베이팅 기회도 없었다. 서 대표는 “사업 3년차에 접어들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기회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네트워크 확장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받은 상금은 자폐 아동 대상 교육비, 미술 수업 재료비, 자원봉사자 활동비 등으로 사용했다. “교육비를 받으면 수익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재 제공하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은 시범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학교에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공모사업에 지원한 내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중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미디어 사회적기업 ‘베네핏’의 조재호(26) 대표는 “영상제작, 잡지발행, CSR 마케팅으로 나눠 따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각각 3개의 공모사업에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300만원의 수익도 못 냈던 사업 초반에는 마케팅 비용도 없고, 실력 자체에 대한 의심도 많았기 때문에 검증받기 위한 방법으로 공모전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문화 여성을 고용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오요리’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요리’의 한영미(42) 대표는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 공모전’에 지원한 사업은 이탈 청소년에게 요리 교육을 지원하는 ‘영셰프 성북 청년레스토랑’으로, 이 대회에 참여한 기존 사회적기업들은 신(新)사업을 제출하는 게 참가조건”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과 소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도 그로우백(주머니텃밭)을 활용한 도시농업으로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에 선정됐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투자 시장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가니제이션요리’나 ‘터치포굿’과 같이 사업 4~5년차에 접어든 사회적기업이 외부투자를 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한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고 진화시킬 기회라는 점에서 공모사업 방식도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가니제이션요리’의 경우 ‘SK 세상 콘테스트’에서 아시아권 시장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사업으로 수상했다. 청년 레스토랑 오픈도 3년 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사업이었다. SK 세상 콘테스트의 경우, 지난 7회 행사부터는 ‘사회적기업 중에서 매출을 내고 있는 곳’으로 지원 대상을 축소했다. SK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터치포굿’ 창업자 박미현(29) 대표는 지난 2008년 G마켓과 함께일하는재단이 주최한 ‘Work Together’ 대회(현재는 폐지)에서 1등을 한 상금으로 창업을 했다. 박 대표는 기업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공모전 중 이 대회가 가장 의미 있었다고 했다.

“수상 시점과 상금을 주는 시점이 달랐다는 점이에요. 사업계획서만으로 돈을 주지 않았다는 거죠. 6개월간의 중간 과정을 지켜보면서 활동 종료 후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어요. 사실 막 창업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우 그리 큰돈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기업마다 성장 시기가 다르니깐, 이에 맞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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